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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양심적 병역거부/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양심적 병역거부/강동형 논설위원

강동형 기자
입력 2016-10-21 17:52
업데이트 2016-10-2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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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99% 이상이 종교 문제에서 비롯돼 종교적 병역거부와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다. 판결문이나 언론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를, 국방부에서는 종교적 병역거부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우리 사회의 논의는 대체복무제 도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한민국 남성은 누구나 병역의 의무를 져야 한다. 하지만 대체복무 규정도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 헌법이나 병역법 어디에도 양심의 자유에 반할 경우에 대비한 대체복무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권위주의 시대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강제 징집돼 군형법 제44조 항명죄로 처벌을 받았다. 군법회의에서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졌다. 2000년 이후부터는 입영 자체를 거부해 불구속 상태로 민간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다. 병역법 제88조 병역기피죄로 처벌한다. 형량은 과거 3년에서 1년 6개월 이상 2년 이하로 낮춰졌다.

우리나라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연평균 600명 남짓이다.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자 수는 모두 6090명. 이 가운데 여호와의 증인이 6045명, 불교신자 1명, 전쟁 반대, 평화주의, 신념 등 기타 사유가 44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93.5%가 6개월 이상 2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았다. 이들에 대한 검사의 구형과 판사의 양형은 1년 6개월 징역형에 맞춰져 있다. 그래야만 형기를 마친 뒤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교도소에서 모범수로 분류돼 교도관들의 보조 업무를 주로 한다. 청소나 행정 보조 업무를 담당해 교도소 내에서 ‘10급 공무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수감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일종의 대체복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형무소가 아닌 사회에서 다양한 대체복무를 통해 국방의 의무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는 그저 외침에 그치고 있다.

광주고법 형사 항소3부는 지난 18일 항소심에서는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와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아도 위헌은 아니라고 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재판부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고 공동체를 위해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대법원에서 이를 인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으면 한다. 대체복무제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은 29.4%, 반대는 53.6%로 국민 감정은 여전히 싸늘한 편이다. 징역살이하는 것은 안됐지만 편안하게 군복무하는 것도 싫다는 이중적인 감정을 읽을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국회는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병의 1.5배로 하는 입법을 다섯 번이나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20대 국회에서는 이 문제가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2016-10-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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