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저성장의 패러독스/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입력 : ㅣ 수정 : 2016-10-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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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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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예상보다 낮은 2.7%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내년치 역시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2.8% 성장 전망을 내놓았다. 현 정부 들어서 2014년(3.3%)을 제외하면 2%대 성장률에 맴돌고 있어 저성장 기조가 고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것은 최근 몇 년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경상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보면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5년 평균 경상성장률은 1976년 35%를 기록한 이후 1986년 16%, 1996년 11%, 2006년 6%, 2011년 5%대로 하락해 왔고 최근 4%대로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 바로 기저효과 때문이다. 100조원에 불과했던 1986년 GDP와 1500조원대로 커진 2015년 GDP는 분모부터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금액이 성장해도 성장률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사람의 성장과 비교해 설명하면 유아기, 소년기, 청년기를 거치면서 키는 크고 있지만 성장률은 계속해서 떨어지게 돼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성장 단계도 이제는 청년기 후반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성장률의 둔화는 기본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앞서 성장한 국가들에 비해 단기적으로 고도성장했기 때문에 성장률의 둔화 현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당연하다. 성장률의 둔화에 대해 긴 안목으로 보자는 주장이 우리 경제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 경제에서 수출액이 감소하고 있고, 미래 성장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설비투자가 둔화되며, 민생 경제와 직결되는 실업률이 높아졌다. 문제 되는 기업 및 산업의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 지난해 이후 가계부채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가 하면 최근에는 이른바 김영란법의 여파로 음식업을 중심으로 매출액 감소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저성장의 부정적인 측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수출액의 감소에도 높은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건설투자 증가가 설비투자의 감소분을 메우고 있으며, 민간 소비는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가장 양호한 편이다. 기업의 매출액 감소가 나타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국가가 세금으로 거두어 들이고 있는 세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소득세, 법인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3대 세목의 세수가 모두 증가해 지난 8월까지의 세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조 8000억원이나 늘어났다.

더욱이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2002년 3.9%까지 떨어졌던 가계 저축률이 2015년에는 8.1%로 올라갔다. 저물가, 저유가가 기본적으로 세계 경제 위축과 관련돼 있기는 하지만 가계와 기업의 비용 부담을 감소시키는 긍정적인 기능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경제 상황에서 경제 위기를 과도하게 우려하는 것은 소비지출의 감소 등 오히려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는 역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위기가 과장돼서는 안 된다.

우리 경제가 낮은 성장률이라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글로벌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 상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적인 확장 정책은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 가계, 국가 모두 이제는 더이상 외형적이고 양적인 성장에 연연하지 말고 내실 있는 발전을 위한 체질 개선을 서둘러야 할 때다. 기업들은 너무 방만하게 벌였던 사업들을 정리하고 혁신을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하며, 정부도 저성장기에 걸맞게 역할과 기능을 조정해 나가야 한다. 또한 경제 확장기에는 잠재돼 있던 양극화 문제가 저성장기에는 폭발할 수도 있는 만큼 효과적인 재분배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온 국민이 고통을 감수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공동체를 다시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국민통합 정책이 절실하다.
2016-10-2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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