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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민단 70주년… 재탄생의 기회로/이석우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민단 70주년… 재탄생의 기회로/이석우 도쿄 특파원

이석우 기자
입력 2016-10-21 17:58
업데이트 2016-10-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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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도쿄 특파원
이석우 도쿄 특파원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이 이달로 창설 70주년을 맞았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와의 격렬한 노선 경쟁, 일본에서 차별 시정 투쟁 등 교포의 권익을 지키며 모국과의 교량 역할을 해 온 민단도 교포 2~3세가 주류가 된 시대로 들어섰다. 주역이 바뀌면서 전국적으로 70~80대가 이끄는 ‘고령 조직’이 돼 버렸다. 젊은 세대는 얼굴도 내밀지 않고 적지 않은 회원은 소재 파악조차 어렵게 됐다.

민단 등록자는 8만 2091가구 33만명. 도쿄의 중앙단과 전국 48개 지방본부, 276개 지부를 둔 이 같은 재외 국민 조직은 유례가 없다. 그러나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민단은 위기다. 해마다 귀화자는 늘고 동포는 급감한다. 게다가 참여와 관심도 뚝 떨어졌다. 정체성도 갈수록 엷어지고 있다.

재일동포 인구는 1995년부터 한 해 1만명 이상이 줄었고, 2011년 이후에도 한 해 8000~1만명이 감소했다. 출생자가 준 데다 귀화자가 늘어난 탓으로 1993년부터 귀화자와 사망자가 출생자를 앞질렀다. 일본 법무성 통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귀화한 재일 한국인은 34만명. 1970~80년대에는 해마다 4000~5000명이 귀화하다가 1995~2005년 한 해 1만명이 넘는 귀화자가 생겼다. 재일교포들이 일본 사회 속에 녹아들어 가는 상황이다.

기부금과 단원 회비도 급감하고 있다. “수억엔, 수천만엔의 뭉칫돈을 내놓던 기부자들도 보이지 않게 됐고, 지방 말단 지부와 산하 단체들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동포 경제의 기반이던 파친코 사업과 음식업, 부동산업 등도 예전 같지 않고, 젊은 세대는 전과 달리 일본 내 월급쟁이가 돼 여유도 없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민단 운영의 상당 부분은 한국 정부가 주는 지원금에 의존하게 됐다. 민단이 간부들의 안간힘 속에서도 자생적인 조직에서 점점 의존적인 조직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민단 건물 등 1, 2세들이 남겨 놓은 민단 공동 자산이 적지 않지만 활용도는 낮다.

민단의 역할과 공로를 새삼 꺼낼 필요는 없지만 모국이 힘들 때 이들이 준 도움은 눈물겹다. 이들이 한창 어려울 때인 1960~70년대 도쿄 주일 한국대사관 등 일본 내 한국 공관 10개 가운데 9곳을 재일교포들이 마련해 줬다. 서울 올림픽공원 내 체조 및 수영경기장, 테니스장, 올림픽회관과 미사리조정경기장 등은 88올림픽을 위해 재일교포들이 모금해 보내온 100억엔으로 지어졌다.

1998년 외환위기 때 15억 달러 송금, 한국 국채 300억엔어치 매입, 1960년대 시작된 고향 발전 후원금 및 새마을운동 지원 등 그들의 모국 사랑은 헤아릴 수 없다. 그 뒤에는 민단이 있었다.

그런 민단도 세월의 풍화 속에서 ‘고사 기로’에 서 있다. 민단도 국교 정상화 이후 일본에 유학, 사업 등으로 들어와 눌러앉은 ‘뉴커머’ 등 한인회를 끌어안아 조직을 새롭게 탄생시켜야 할 상황이 됐다. 일본 국적자 등 귀화자들도 끌어안는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 정부도 더 신중하게 이 조직의 재탄생을 도울 일이다. 일부 정치인, 공직자, 대사관·영사관 직원들이 보조금과 모국 내 사업기회 제공 등을 흔들면서 민단에 개입하고, 동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우려 섞인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마침 21일 도쿄에서 민단 창립 70주년을 기념하는 심포지엄과 행사들이 열렸다. 일회성 행사보다 젊은 동포 세대의 참여를 넓히고 모국과 이어 주는 작업과 노력들이 70주년을 계기로 시작되고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jun88@seoul.co.kr
2016-10-2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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