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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건물인데 왜 대지진에 끄떡없지?

목조건물인데 왜 대지진에 끄떡없지?

손원천 기자
손원천 기자
입력 2016-10-21 17:28
업데이트 2016-10-22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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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도시로 떠나는 여행/둥젠훙/이유진 옮김/글항아리/428쪽/2만 2000원

패키지 상품으로 중국을 여행할 때면 십중팔구 고대 도시나 수향(水鄕) 가운데 하나는 들르게 마련이다. 이런 유적지를 볼 때면 부럽고 안타까운 생각이 교차한다. 개발이 덜 됐든, 보전을 잘했든 고성(古城)들이 많이 남아 있다는 건 분명 부러운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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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로 북적이는 핑야오 고성. 키 낮은 건물은 명나라 때, 키 높은 건물은 청나라 때 각각 지어졌다.  서울신문 DB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핑야오 고성. 키 낮은 건물은 명나라 때, 키 높은 건물은 청나라 때 각각 지어졌다.
서울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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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야성을 이룬 리장고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지만 관광객 증가와 상업화로 인해 경관 보존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서울신문 DB
불야성을 이룬 리장고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지만 관광객 증가와 상업화로 인해 경관 보존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서울신문 DB
한데 부러움이 안타까움으로 바뀌는 순간도 허다하다. 지나친 상업화 때문이다. 성 안을 찬찬히 돌다 보면 위대한 유산을 남긴 위대한 선조를 두었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되살려 내지 못하는 후손들이 안타깝고 원망스러울 때가 많다.

새책 ‘고대 도시로 떠나는 여행’은 이처럼 우리가 흔히 봐 왔으면서도 스쳐 지나기 일쑤였던 중국 고대 도시와 수향 마을들의 건축 원리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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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長安·현 산시성 시안)은 한때 인구가 100만명에 이르는 대도시였다. 수나라 문제가 세워 당나라 때까지 수많은 황제들이 머물렀다. 1975년 조사에서 장안의 규모가 동서 9.7㎞, 남북 8.6㎞이고, 성벽 내부의 면적은 83㎢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조선시대 한양의 5배에 달하는 크기다.

책이 소개하고 있는 고대 도시는 모두 7개다. 장안을 비롯해 카이펑(開封), 베이징, 취안저우(泉州), 쑤저우(蘇州), 핑야오(平遙), 리장(麗江) 등이다. 장안이나 카이펑, 베이징 등은 각각 수·당, 송, 원·명·청을 대표하는 수도였다. 취안저우는 고대의 국제적인 항구 도시, 쑤저우는 2000여년 전의 도시 구조가 보존돼 있는 도시, 핑야오와 리장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도시다. 저자는 이들에 대해 현재 중국의 문화적 자원이자 자긍심의 원천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리장은 ‘동방의 베니스’라 불리는 도시다. 방사선 형태로 뻗어 나간 네 갈래 길 위에 1000년을 넘나드는 건축물들이 어깨를 맞대고 서 있다. 길엔 오화채색석이 촘촘하게 깔렸고, 위룽쉐산(玉龍雪山)의 만년설 녹은 물은 세 갈래로 마을을 적시며 흘러간다. 해발 2400m의 리장은 중국 내에서도 ‘깡촌’으로 통했다. 그러다 1996년 발생한 대지진은 고성의 가치를 한껏 높여 줬다. 주변의 현대식 건물들은 죄다 허물어졌지만, 고성 안에 있던 옛 건물들은 끄떡없이 서 있었던 것이다. 3000여 채에 달하는 우아한 목조건물들은 서로 맞닿아 있다. 그렇게 서로가 버팀목 노릇을 한 덕에 대지진에도 건재할 수 있었다.

쑤저우는 고대 도시 구조가 여태 보존돼 있는 보기 드문 수향 마을이다. 장강 하류의 삼각주에 터를 잡은 쑤저우는 2500년 전부터 만들어졌다. 운하가 도시를 씨줄날줄로 엮고 있고 귀족들이 지은 호화 저택도 여전히 남아 있다. 마르코 폴로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보다 아름다운 항구 도시라고 극찬했던 취안저우는 일찍부터 조선업 등 각종 산업이 발달한 도시였다. 그러다 명나라 때부터 해금(海禁) 정책을 펴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책의 후반부는 고대 도시의 개괄 위주로 이어진다. 각 고대 도시를 시장, 도로 시스템, 풍속, 방어 시스템 등으로 나눠 주제별로 분석했다.

정작 문제는 경관의 보존이다. 베이징 등 각 시마다 ‘역사 문화 명성 보호계획’을 내놓고는 있지만 건설로 인한 파괴를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한다는 공통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 저자는 “유적지와 고적을 재건하고 옛 모습을 재현하는 일이 문화유산 보호라고 잘못 이해한 결과 원래의 고적을 없애고 가짜 고적을 만드는 얼토당토않은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6-10-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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