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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 비너스·수태고지… 르네상스 보물 품은 ‘사무실’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 비너스·수태고지… 르네상스 보물 품은 ‘사무실’

함혜리 기자
입력 2016-10-14 17:40
업데이트 2016-10-1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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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피렌체가 자랑하는 우피치 미술관은 르네상스 예술의 보물 창고다. 메디치가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이뤄진 우피치 미술관을 빼놓고는 르네상스 예술을 논할 수 없다는 것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사무실’을 뜻하는 우피치는 메디치가의 코시모 1세(1519~1574)가 행정과 사법 업무를 담당할 공간으로 가문의 전속 화가였던 조르조 바사리에게 주문해 지은 것이다. 베키오궁과 자신의 가족들이 머무는 피티궁 중간쯤에 두 개의 건물로 지어졌다. 코시모 1세는 우피치 1층에 자신의 집무실 공간을 마련하면서 2층엔 당대의 위대한 예술가들이 작업할 공간을 마련했고 3층에는 메디치가가 소장하고 있던 작품들을 전시했다. 1560년 착공한 건물은 그의 아들 프란체스코 1세 때인 1581년 완공됐다. 프란체스코 1세는 베키오궁, 메디치가의 옛 저택에 있던 예술품들을 우피치로 옮겨 왔다.

천장화로 아름답게 장식된 우피치 미술관의 복도. 함혜리 기자
천장화로 아름답게 장식된 우피치 미술관의 복도.
함혜리 기자
●메디치家 코시모가 지어… 르네상스 회화 다수 소장

대칭을 이루는 두 개의 건물은 좁은 복도로 이어지는 현재의 구조로 자리 잡는다. 1737년 메디치가의 마지막 상속녀였던 안나 마리아 루이자가 우피치 가문의 소장품들을 새 왕조인 로레나가에 양도하면서 우피치의 작품들은 1765년 우피치 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일반에 공개되기 시작했다. 1800년 메디치가의 소장품들 중 조각품들은 바르젤로 국립미술관으로 이전하면서 우피치는 르네상스 회화 작품들이 주를 이루게 된다.

짧은 복도로 이어진 동관과 서관 두 개의 건물로 이뤄진 우피치 미술관은 3개 층에 걸쳐 100여개의 전시실이 있다. 1층에는 고문서, 2층에는 판화와 드로잉, 3층에는 13세기부터 후기 르네상스 시기까지의 회화 작품들이 동관부터 서관까지 시대순으로 전시돼 있는데 복도를 따라 로마시대와 15세기의 조각 작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2500점 이상의 작품들을 다 감상하려면 하루이틀 가지고는 절대로 부족하다. 시기별로 대표작들을 체크하고 방을 따라가면서 봐도 놓치는 작품들이 허다하다.

미술관에서는 동선을 미술사적으로 자주 언급되는 르네상스의 회화 작품들을 시대순으로 보도록 짜 놓았다. 유명 작품들은 주로 3층(1~45전시실)에 전시돼 있다. 르네상스가 무르익었던 시기의 작품들은 7전시실부터 시작된다. 산마르코 수도원을 장식한 프라 안젤리코의 ‘성모의 대관식’, 원근법에 몰두했던 파올로 우첼로의 ‘산로마노 전투’, 도메니코 베네치아노의 ‘성 모자와 네 성인’ 등 중세적인 색채가 남아 있는 작품들을 지나면 세속의 고결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던 수도사 화가 필리포 리피의 ‘두 명의 천사와 함께하는 성모 마리아’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게 된다. 9전시실의 중앙에는 유명한 한 쌍의 측면 초상화가 놓여있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가 그린 그림 속 남자는 당대 최고의 용병 대장이던 우르비노의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 공작이고 그를 마주 보고 있는 여자 주인공은 아내 바티스타 스포르차다.

우피치 미술관에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을 감상하는 사람들. 함혜리 기자
우피치 미술관에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을 감상하는 사람들.
함혜리 기자
●‘비너스의 탄생’ ‘프리마베라’ 보티첼리방 가장 인기

10~14전시실은 우피치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산드로 보티첼리의 방이다. 너무나 유명한 그림 ‘비너스의 탄생’ 앞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중세 이후 실물 크기로 등장한 최초의 여성 누드라는 점에서도 유명한 이 그림은 결정적인 부분을 가림으로써 자신의 정숙함을 과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고대 그리스의 ‘베누스 푸디카’(정숙한 비너스라는 뜻) 스타일을 보티첼리가 부활시킨 것이다. ‘비너스의 탄생’ 다음으로 관람객이 북적이는 곳이 ‘프리마베라’(봄)다. ‘위대한 자 로렌초’의 조카인 로렌초 디 피에르프란체스코 데 메디치의 저택 침실에 침대 등받이 위에 걸려 있었다. 막 결혼한 그를 위해 가문에서 결혼 선물로 주문한 것으로 추정한다. 화면 한가운데에는 비너스가 서 있고 그 옆으로 세 명의 여자가 둥글게 원을 그린 채 서 있다. 순결, 사랑,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삼미신이다. 비너스의 오른쪽에 두 여인이 서 있다. 그중 바람의 신 제피로스에게 잡혀 있는 여인의 입에서는 꽃이 피고 있다. 배경의 나무들은 감귤나무로 학명에 ‘메디카’가 붙기 때문에 메디치 가문을 상징한다고 본다. 학자들은 그림 곳곳에 그려진 꽃이 500여종에 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따뜻한 봄 같은 신혼부부의 사랑을 축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메디치 가문으로 인해 황금기를 구가하는 피렌체의 영광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우피치 미술관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태고지’와 ‘동방박사의 경배’, 미켈란젤로의 ‘성가족’, 라파엘로의 ‘방울새와 성모’와 ‘율리우스 2세의 초상’,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등 너무나 유명한 그림들이 미처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다. 르네상스 시대 위대한 예술가들이 남긴 걸작들을 온전하게 오늘날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다. 메디치 가문이 아낌없이 예술가들을 후원한 덕분임은 말할 것도 없다. 메디치가의 350년 영화는 오래전에 막을 내렸지만 예술은 영원히 남아 우리를 감동시키고 있다.

lotus@seoul.co.kr
2016-10-1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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