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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소아외과의 30명뿐… 얘야, 다치지 마라

[단독] 소아외과의 30명뿐… 얘야, 다치지 마라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16-10-13 00:58
업데이트 2016-10-13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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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 10분의 1에도 못 미쳐, 평균 50세 이상… “의술 끊길 판”

어린이가 사고를 당했을 때 응급수술을 할 수 있는 소아외과 전문의가 전국적으로 3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3%, 미국과 비교하면 1%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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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외상센터 13곳에 한 명도 없어

심지어 정부가 외상환자 치료를 위해 1곳당 80억원의 시설비를 지원해 설치한 13개 권역외상센터에는 단 1명의 소아외과 전문의도 배치돼 있지 않다.

12일 대한소아외과학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소아외과 전문의는 30명을 웃돈다. 미국(2400명), 일본(900명)에 비해 턱없이 적다. 인구 10만명당 0.06명으로 미국(0.77명), 일본(0.71명)의 10분의1에도 못 미친다. 우리나라 인구 5100만명 가운데 초등학생을 포함한 어린이는 700만명 정도다.

●수련기간 12년으로 길지만 처우 낮아

소아외과 전문의는 의대 6년과 외과 전공의 4년, 약 2년의 소아외과 전문의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500건의 소아외과 수술과 50건의 신생아 수술을 마친 뒤에야 전문의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12년의 긴 수련 과정을 거쳐도 수익성이 낮아 병원 개원 사례가 거의 없고 수술 위험도가 높은 데다 업무량이 과중해 수련 지원자가 끊기다시피 한 상황이다. 평균 연령이 50세 이상이며 “정부 지원도 없고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 서울의 일부 대형병원을 제외하면 병원당 전문의 수는 2명을 밑돈다. 지방의 종합병원들은 전문의 1명이 전공의 1~2명과 함께 수술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1년에 새로 배출되는 전문의 수는 1~2명에 불과하다.

●성인과 수술·치료 방법 전혀 달라

홍정(아주대병원 소아외과 교수) 소아외과학회장은 “내가 60세인데 혼자서 수원과 인근 지역 응급수술을 다 맡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어린이는 ‘작은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수술기구나 치료시스템이 완전히 다르다”며 “그런데도 병원이나 국가 차원의 지원이 없어 향후 10년 이내에 의술 전수가 끊길 것이라는 불안감에 대해 회원들과 진지하게 얘기한다”고 덧붙였다.

과중한 업무량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부윤정 고대안암병원 소아외과 교수가 최근 소아외과학회 회원 52명(준회원 포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1%가 “주 100시간을 초과해 근무한다”고 밝혔다. 42%는 “매일 비상대기 당직을 선다”고 답했다. 심지어 71%는 병원의 요청과 진료실적 보충을 위해 다른 과 수술까지 맡고 있다. 부 교수는 “돈을 많이 버는 과가 아니다 보니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대다수 의사들이 맨주먹으로 고군분투하며 수술하는 실정”이라며 “나도 365일 비상대기하며 모든 환자를 돌본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성인 환자 위주로 의료진을 배정하는 바람에 전국 13개 권역응급센터에도 소아외과 전문의는 필수인력으로 배치돼 있지 않다. 지난달 30일 교통사고로 병원을 전전하다 사망한 2세 남아도 전문 의료진과 수술실 부족을 이유로 전남대병원, 을지대병원 등 권역외상센터 2곳에서 수술을 거부당했다. 홍 회장은 “권역외상센터와 신생아 응급실에 소아외과 전문의를 필수 인력으로 배치하지 않는다면 이번과 같은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경고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2016-10-1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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