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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밤 따기/임창용 논설위원

[길섶에서] 밤 따기/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임창용 기자
입력 2016-10-10 22:48
업데이트 2016-10-10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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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나지막한 산이 있다. 소나무와 참나무, 아카시아 나무들이 섞여 제법 우거져 있다. 요즘 산책을 할 때 눈길을 끄는 것은 드문드문 섞여 있는 밤나무들이다. 돌쟁이 주먹만 한 밤송이들이 벌어질 듯하다. 막대기로 몇 번 치니 툭 떨어진다. 반쯤 여문 알밤을 까서 깨물어 본다. 풋풋한 단내와 고소함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내게 이맘때의 밤 따기는 빼먹을 수 없는 놀이였다. 매년 한두 번은 꼭 친구들과 어울려 ‘밤골’로 몰려갔다. 준비물은 긴 장대와 뾰족하게 깎은 막대기가 전부. 막대기는 밤송이를 깔 때 쓴다.

가시에 찔리는 것도 모르고 놀며 따며 먹으며 한나절을 보내다 보면 두어 됫박 분량의 밤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린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된 양 밤 봉지를 들고 집으로 향하곤 했다.

간혹 아내가 밤을 사다가 쪄서 내놓는다. 어릴 적 생각을 하며 먹어 보지만 왠지 맛이 심심하다. 밤 맛이 원래 이랬던가? 생각해 보니 그 시절 먹던 밤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던 듯싶다. 노동과 놀이의 결과물이었으니 맛도 각별할 수밖에. 내년엔 시골 친구들과 작당해 밤 따기에 나서 봐야겠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2016-10-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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