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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농부가 되다] 손잡은 산학연, 생산량 20% 늘리고 생산비 30% 줄인다

[ICT, 농부가 되다] 손잡은 산학연, 생산량 20% 늘리고 생산비 30% 줄인다

이제훈 기자
이제훈 기자
입력 2016-09-28 23:08
업데이트 2016-09-29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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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스마트팜 요람’ 日 지바대·농연기구

지난달 10일 일본 도쿄 근교 지바현 가시와시에 있는 지바대학 환경건강필드과학센터 내 스마트팜. 지바대학에는 미쓰이와 미쓰비시 등 거대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운영 중인 스마트팜 10여동이 여기저기 자리잡고 있었다. 농림수산성이 지정한 모델하우스형 스마트팜인 이곳은 각각의 연구 목적이 다르다.

일본은 스마트팜 보급 확대를 위해 산·학·연이 똘똘 뭉쳐 소프트웨어는 물론이고 하드웨어 개발에도 힘을 합치고 있다. 지바대학에 설치된 산·학·연 공동 스마트팜의 모습. 가시와노하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일본은 스마트팜 보급 확대를 위해 산·학·연이 똘똘 뭉쳐 소프트웨어는 물론이고 하드웨어 개발에도 힘을 합치고 있다. 지바대학에 설치된 산·학·연 공동 스마트팜의 모습.
가시와노하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예를 들어 미쓰비시 등이 참여한 태양광 이용 스마트팜 5개동은 주로 토마토의 다수확 생산시스템을 연구 목표로 삼고 있다. 세이와 등 10개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운영 중인 스마트팜은 통합환경 제어에 의한 생산성 향상을 연구하고 있었다. 비료 및 수분을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공급하는 시스템을 연구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1000㎡당 50t의 토마토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산량은 기존보다 20%가량 늘리고 생산비용은 오히려 30% 줄이는 방안을 찾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스마트팜에서는 우리의 농촌진흥청에 해당하는 일본 국립연구기관 ‘농업식품산업기술종합연구기구’(NARO·농연기구) 등이 참여해 토마토 양액재배체계의 생산플랫폼을 표준화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었다. 효율적인 인력 운영 방법을 찾고 인건비 부담을 줄여 저비용 안정생산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농연기구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인 안동혁 박사는 “토마토를 기르는 이유는 스마트팜에서 재배하기 어려운 작물에 속하기 때문”이라면서 “작물마다 최적의 환경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결과가 전혀 없어 이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소프트웨어화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바대학은 스마트팜 보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재배환경 데이터를 찾아내고 스마트팜에 맞는 품종과 환경 등을 기업, 연구소 등과 함께 연구하는 거점역할을 하고 있다.

스마트팜 운영회사인 미라이의 경우 지바대학과 공동으로 발광다이오드(LED)와 같은 인공광을 이용한 양상추 재배에 있어 생산비를 낮추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공조효율 개선, LED 조명반사판에 의한 에너지 절감 등을 실험해 실질적인 데이터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작업동선 간소화, 작업노동 단축 등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당 양상추 생산비를 700엔까지 낮추겠다는 것이다. 또 이 밖에도 병해충을 막아 생산을 안정화시키고 위생관리 노하우 등도 입증해 기업에 전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자원절감, 환경보전, 폐기물 감소 및 재사용 등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해석해 가공하는 일도 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200t 규모의 빗물 재활용 시설도 마련돼 있다. 심지어 까마귀 등 조류의 하우스 지붕 피해 방지를 위한 장치 개발도 진행 중이다.

일본은 스마트팜 보급 확대를 위해 산·학·연이 똘똘 뭉쳐 소프트웨어는 물론이고 하드웨어 개발에도 힘을 합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우리의 농촌진흥청에 해당하는 ‘농업식품산업기술종합연구기구’(농연기구) 소속 연구원이 개발한 로봇을 이용해 토마토를 자동으로 수확하는 모습. 농연기구 제공
일본은 스마트팜 보급 확대를 위해 산·학·연이 똘똘 뭉쳐 소프트웨어는 물론이고 하드웨어 개발에도 힘을 합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우리의 농촌진흥청에 해당하는 ‘농업식품산업기술종합연구기구’(농연기구) 소속 연구원이 개발한 로봇을 이용해 토마토를 자동으로 수확하는 모습.
농연기구 제공
이렇듯 일본은 대학과 연구기관, 정부가 함께 스마트팜 보급을 위해 체계적인 지원을 위한 방안을 강화하고 있다. 농림수산성과 경제산업성은 2009년 농업과 공업, 상업 등이 연계된 연계촉진법을 제정해 스마트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의 경우 농업과 공업, 상업의 연계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스마트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농림수산성은 시설원예의 첨단화로 농촌경제의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본은 범정부적 스마트팜 보급 확대를 위한 연구거점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올 3월까지 일본 전국에 10개의 연구거점을 마련, 산·학·연 컨소시엄을 통한 스마트팜 보급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지바대학이 바로 이런 연구거점에 해당된다. 기존에 스마트팜을 기업이나 대학에서 홀로 운영해 발생하던 문제점을 함께 해결하면서 비용절감과 함께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은 2012년 스마트팜을 전국에 150곳까지 확대했다.

도쿄 외곽 과학도시인 쓰쿠바에 있는 농연기구 역시 농림수산성이 지정한 스마트팜 실증거점 중 한 곳이다. 1983년 설립된 이곳은 3371명의 직원 중 연구원이 1835명에 달할 정도로 연구 기능이 강하다. 1년 예산이 613억엔(약 6730억원)에 이르며 스마트팜에 필요한 각종 정책 개발은 물론 수확이나 재배에 필요한 로봇이나 재배 노하우 등을 연구한다.

최근 농연기구가 중점을 두는 것은 토마토와 오이, 파프리카 중에서 양액재배에 적합한 품종을 찾아내고 이들이 스마트팜에서 어떻게 자라는지 실제 데이터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저탄소형의 고도환경제어시스템을 구축해 생산비를 줄이는 방안도 찾고 있다. 그런 방안으로 지열을 이용하거나 태양열의 축열기능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농연기구가 운영하는 스마트팜을 방문했을 때 작업환경의 고도화와 자동화를 이룩하기 위해 개발한 로봇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로봇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최근 이들이 개발한 토마토 수확로봇은 생산비용을 낮추기만 한다면 토마토 수확에서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토마토는 육묘와 묘판에서 재배한 모종을 정식으로 심는 정식(定植) 작업, 수확 등으로 시기를 나눌 때 수확에 걸리는 시간이 3분의1에 해당할 정도로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수확로봇은 카메라와 조명기구, 전동실린더, 수확용 로봇 핸드 등으로 구성되는데 대부분 시중에서 판매되는 부품을 활용해 제조원가를 낮췄다. 이 로봇은 재배 선반에 일정한 높이로 막대기 모양의 지지대를 설치하고 열매가 붙어 있는 부분을 지지대 밖으로 끌어내 로봇의 손이 자동으로 잘라내는 방식이다. 로봇을 이용할 경우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수확할 수 있다. 현재 생산 단가는 250만엔이지만 성능을 개선해 2018년 말까지 200만엔 이하로 낮춰 일반에 보급한다는 생각이다.

농연기구는 이 외에도 토마토가 열리기 전에 열매맺기를 자동으로 할 수 있는 로봇도 개발 중이다. 이와사키 야스나가 농연기구 야채 생산 시스템영역 생산유닛팀장은 “우리 연구의 큰 줄기는 환경제어와 노무관리로 나눌 수 있다”면서 “인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다만 각종 연구가 현장과 격리되는 점을 경계했다. 이와사키 팀장은 “스마트팜 운영자와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연구가 현장에서도 적용될 수 있도록 소통하지 않는다면 산·학 협력은 그야말로 현장과는 유리된 연구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가시와노하·쓰쿠바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2016-09-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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