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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떼일 것 대비한 돈, 보통주 인정… 은행 곳간 든든해진다

[단독] 떼일 것 대비한 돈, 보통주 인정… 은행 곳간 든든해진다

백민경 기자
백민경 기자
입력 2016-09-28 23:08
업데이트 2016-09-29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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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대손준비금 연내 손보기로

은행이 떼일 것에 대비해 미리 쌓아 두었던 대손준비금이 올해 안에 보통주 자본으로 인정된다. 이렇게 되면 은행이 활용할 수 있는 돈이 더 늘어나 자본 건전성이 좋아진다. 대외적으로 지급 여력이 든든해지는 것이다. 민영화를 앞둔 우리은행이나 대규모 충당금으로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국책은행이 당장 혜택을 보게 된다. 당초 내년이나 2018년쯤 가능하다며 뜸을 들이던 정부가 은행권의 집요한 요구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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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대손준비금을 보통주 자본으로 인정하기 위한 은행업 감독 규정과 세칙 손질에 착수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대손준비금이 과도한 규제라는 의견이 많은 데다 회계결산 이전인 연내에 개정해야 은행들이 대내외적으로 자본을 조달하는 데 수월해 올해 안에 조속히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구체적인 시행 시기 등을 조만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대손준비금은 부실에 대비한 일종의 ‘이중 방어장치’다. 은행들은 대출 부실로 돈을 떼일 경우에 대비해 번 돈의 일부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아 둔다. 정부가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따라 추가로 금액을 더 쌓아 두라고 요구했는데 이것이 대손준비금이다. 우리나라와 호주만 준비금 규정이 있어서 외국보다 국내은행이 상대적으로 자본비율이 낮아 보이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또 2019년부터 강화된 회계기준(바젤Ⅲ)을 적용받기 때문에 자본비율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거셌다.

최대 수혜주는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대출 규모가 크게 늘어 자본비율이 뚝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올 6월 기준 8.80%이다. KB국민(13.92%), KEB하나(13.40%), 신한(12.06%) 등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다.

우리은행이 쌓아 놓은 대손준비금은 2조 2550억원이나 된다. KEB하나(1조 8816억원), KB국민(1조 8351억원), 신한(1조 7411억원) 등 1조원 후반대인 다른 은행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보유한 대손준비금이 보통주로 전부 인정되면 보통주 자본비율이 8.80%에서 최대 10.25%로 뛰어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 민영화 작업에도 ‘호재’다. 그간 당국은 우리은행에 낮은 보통주 자본비율을 이유로 배당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대손준비금이 보통주로 인정되면 그만큼 배당 여력이 커진다. 배당은 투자의 결정적 요소인 만큼 우리은행 지분 인수 매력도 그만큼 높아진다. 이번만큼은 우리은행 민영화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매각 성공 후 남는 정부 지분 21%를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주가가 오르려면 수익성과 자본 적정성 관리가 돼야 하는데 자본 적정성의 바로미터가 바로 보통주 자본비율”이라면서 “자금조달 여력이 추가로 생기는 셈이어서 이른바 ‘화장발 효과’로 남은 지분 매각작업도 유리해진다”고 내다봤다.

조선·해운 구조조정 여파로 대손충당금 부담이 커진 기업·농협·산업은행 등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6-09-29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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