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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지기와 한강다리 섰다가 홀로 살아남은 50대 집행유예

40년지기와 한강다리 섰다가 홀로 살아남은 50대 집행유예

입력 2016-09-28 22:53
업데이트 2016-09-2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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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지기 친구와 함께 한강에 투신하러 갔다가 홀로 살아남아 자살방조 혐의로 구속됐던 50대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28일 서울동부지법에 따르면 A(56)씨는 올해 6월25일 오후께 친구 B(57)씨의 전화를 받았다. B씨는 A씨에게 “한잔 하자”고 했다. 이들은 고등학생 때 서울의 한 봉제공장에서 만나 줄곧 가깝게 지내온 40년지기 ‘절친’이었다.

B씨는 올해 들어 곽씨에게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이날도 소주가 한두잔 들어가자 B씨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치매에 걸린 부인과 이혼을 하고 간경화로 입원한 아들 얘기를 했다.

이날따라 A씨도 함께 “죽고 싶다”고 맞장구를 쳤다. A씨는 30년간 운영한 봉제공장이 올해 초 도산했다. 과거 차를 몰고 가다 사고를 내 아내는 지체장애 2급이 됐고 딸은 숨진 아픈 과거도 있다.

두 친구는 3차에 걸쳐 만취한뒤 밤 11시께 함께 택시를 타고 성수대교 남단으로 향했다. A씨는 제대로 걷지도 못할 만큼 취한 B씨를 부축해 함께 다리 중간까지 걸어갔다.

B씨가 먼저 A씨 도움을 받아 다리 난간을 넘었다. 이어서 A씨도 난간을 넘어, 두 사람은 아슬아슬하게 발만 겨우 디딜 만큼 폭의 발판에 섰다. 한발만 더 딛으면 허공이었고, 아래는 한강이었다.

두 사람은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담배도 피우고, “어머니”라고 외치기도 했다. 그러다 순간 B씨가 뛰어내리려 하자, A씨는 다리를 뻗어 막았다. 이후 수사기관에서 A씨는 그 이유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했다.

A씨와 B씨는 한참을 또 울었다. 그러다 돌연 B씨가 한강으로 뛰어들었다. A씨는 이번에는 꿈쩍도 못 했다. B씨는 이튿날 익사체로 발견됐다.

B씨가 곁에서 사라지자 A씨는 차마 뛰어내리지 못하고 오후 11시50분께 휴대전화로 112에 전화를 걸어, “친구가 한강에 떨어졌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그보다 10여분 전 행인으로부터 “두 남자가 한강 다리에 서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상태였다. A씨는 곧 출동한 경찰에 구조됐다.

경찰은 A씨가 계속 자살 우려를 나타내는 점 등을 고려해 그의 신병을 구속한 다음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그를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했다.

이날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A씨 변호인은 “B씨가 뛰어들려는 것을 피고인이 발로 한 차례 막았을 때를 기점으로 사건을 나눠 봐야 한다”면서 “피고인이 B씨의 자살 과정을 도왔다고 볼 수도 있으나, B씨의 투신 자체는 자의에 의한 갑작스러운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B씨 투신을 발로 한 차례 막은 것은 사실이나 이전까지 그의 자살에 미친 영향력을 상쇄할 만큼의 행위는 아니다”라며 그의 방조 책임을 물었다.

일반인 7명으로 꾸려진 배심원단은 A씨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그러나 A씨의 안타까운 상황 등을 참작해 전원 집행유예 의견을 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이상윤 부장판사)는 배심원단 의견을 존중, A씨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했고 유족의 용서도 구하지 못했지만 피고인 개인의 사정 등을 감안했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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