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과도한 검찰권 자제돼야”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이완구(66) 전 국무총리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의 인터뷰 녹취록 중 이 전 총리에 대한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이완구 전 총리가 27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2심 판결에서 무죄를 받고 법원을 나서며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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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고인에게 금품을 공여했다는 성 전 회장의 사망 전 인터뷰 가운데 이 전 총리에 관한 진술 부분이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상 증거는 오로지 법정에서 이뤄진 진술만 인정된다. 성 전 회장의 경우처럼 당사자가 사망한 사유 등으로 법정에서 진술할 수 없을 경우에는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가 증명된 경우에만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이 금품 공여자와 수수자만 알 수 있는 사정을 언급한 게 아니고 ▲이 전 총리에 대한 원한을 표현한 점 등을 들어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가 사망 직전 거짓말을 하기 어렵고 문답이나 진술 경위가 자연스럽다는 이유로 성 전 회장의 인터뷰에 신빙성이 있다고 본 것과 정반대의 판단이다.
선고 직후 이 전 총리는 “정치인에 대한 과도한 검찰권 행사는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자원외교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이 영장실질심사 당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주요 정치인의 이름이 쓰여진 메모를 남기면서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촉발됐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충남 부여·청양 지역구 제19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당시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선거자금 30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총리와 함께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성 전 회장의 진술 외에도 금품 전달자인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법정 증언이 있어 1심에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상고심에서 다시 다툴 필요가 있다”며 항고의 뜻을 밝혀 ‘망자의 증언’에 대한 최종 판단은 대법원이 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16-09-28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