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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이하 ‘김영란 티켓’ 나온다…공연계도 자구책 속앓이

5만원이하 ‘김영란 티켓’ 나온다…공연계도 자구책 속앓이

입력 2016-09-27 11:48
업데이트 2016-09-2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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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협찬 위축 조짐·모호한 기준에 고민

“5만원 이하 초대권은 괜찮은 것 맞나?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법 위반이라는 건지 모르겠다.”

“공연에 협찬을 해주던 기업들이 당분간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이러다 자칫 문화마케팅 전반이 위축될까 걱정된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 시행일인 28일이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공연계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김영란법상의 선물 상한액(5만원) 때문에 자체 초청에 지장이 생기는 데다 그동안 문화마케팅 차원에서 이뤄지던 기업 협찬이 줄어들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공연 기획사의 경우 연말 공연에 후원을 약속한 기업에서 계약 확정을 ‘김영란법 시행 후까지 기다려보자’며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초대권을 받은 고객 가운데 공직자 등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포함될 경우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나 판례가 아직 없는 상황인 만큼 일단 ‘좀 지켜보고 결정하자’는 것이다.

이 기획사 관계자는 “당장 공연 준비에 큰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아니고 오래 우리 공연을 후원해온 기업이라 후원 철회까지는 하지 않으리라고 보지만 ‘김영란법’으로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당혹해 했다.

대형 기획사는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민간 오페라단 등 덜 대중적인 장르의 공연단체들은 기업들의 후원 보류로 연말 공연 준비에 상당한 고충을 겪고 있다고 공연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공연 기획·제작사들은 그간 기업들의 후원이나 티켓 단체구매로 공연 수익의 상당 부분을 충당해왔다. 기업들은 공연에 협찬을 해주고 얻은 초대권을 VIP 고객 등에게 제공하거나 이벤트에 활용해왔다.

하지만 1장당 5만원 이상이 대부분인 공연 초대권을 나눠주다가 혹시라도 김영란법을 위반하게 될 가능성 때문에 일부 기업들이 10월 이후 공연 후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부 국·공립 공연단체나 기획사, 공연장에서는 자구책으로 최저가 관람석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초대권에 쓸 수 있는 5만원 이하의 이른바 ‘김영란 티켓’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다.

서울의 한 공연장은 김영란법 시행 직후에 열리는 공연에서 최저가인 3만∼4만원 좌석 비율을 소폭 늘렸다. 또 내년도 공연 라인업을 정하는 과정에서 최저가 티켓 기준을 5만원으로 삼을 방침이다. 이전에는 해외 유명 아티스트를 초청한 대형 공연의 경우 가장 싼 티켓이 5만원 이상인 경우도 많았다.

서울 소재 한 공공예술단체는 김영란법 시행 직후 상황을 지켜본 뒤 내년도 공연의 최저 관람료를 좀 더 세밀하게 조정할 계획이다.

이 단체는 또 티켓에 단체와 협찬사 이름을 병기하면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을 준수합니다’와 같은 내용의 안내 문구를 넣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각종 문화행사 및 축제 조직위원회도 김영란법 위반을 피하고자 행사를 축소하거나 초대권 발행을 철회하고 있다.

전북도는 김영란법 시행 다음 날인 29일 개막하는 전주 세계소리축제와 관련해 기관장과 공무원, 취재기자 등을 상대로 지급하던 초대권을 발행하지 않기로 하고 행사 뒤풀이 성격의 리셉션도 취소했다.

내달 6일 개막하는 ‘제14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주관하는 대구오페라하우스측도 기존에 단체장과 기관장, 언론사 대표 등에게 주던 개막식 초청장을 올해부터 없애기로 했다.

이밖에 부산영화제는 각 영화제작사가 미디어를 상대로 열어온 부대행사를 대폭 줄였다. ‘다이빙벨’로 촉발된 영화제 사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데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열리는 행사인 만큼 주목을 피하자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눈치 보기’와 ‘몸 사리기’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란법 위반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모호하고 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민간 클래식 기획사 관계자는 “5만원 이하 초대권이면 괜찮다는 의견과 상황에 따라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같이 나온다. 관련 판례가 나오기 전까지 아무도 위반 여부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기업들에 ‘문제 없으니 후원해달라’고 요청하기가 어렵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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