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한 시간의 가치

입력 : ㅣ 수정 : 2016-09-26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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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부자인 빌 게이츠는 길에 떨어진 100달러의 지폐를 주울 필요가 있을까.

이효석 네오펙트 최고알고리즘책임자(C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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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석 네오펙트 최고알고리즘책임자(CAO)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가 수업 중에 빌 게이츠의 재산에 대해 이야기하며 던진 질문이다. 그는 빌 게이츠가 초당 150달러를 벌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100달러를 주울 가치는 없을 것이라고 농담 섞어 말했다.

이 이야기는 많은 관심을 끌었다. 어떤 이들은 그가 돈을 줍는다고 해서 다른 수입이 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100달러를 줍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또 다른 사람들은 짧은 시간이지만 그가 돈을 줍는 시간 동안 할 수 있었던 일을 못 했으므로 장기적으로 그것은 그에게 합리적 행동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물론 빌 게이츠 본인은 한 인터넷 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기꺼이 줍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샌델이 이 질문을 던진 이유는 빌 게이츠의 재산이 얼마나 많은지 말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를 조금 바꾸면 누구에게나 고민거리가 된다. 당신이 가진 시간의 가치를 어떤 행동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빌 게이츠가 아니기 때문에 1초가 아니라 한 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이를 각자가 가진 한 시간의 가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사람에게 한 시간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한 달 20일, 하루 8시간을 근무한다면 한 달 근무시간은 160시간이다. 따라서 한 달에 160만원을 받는 사람의 시급은 1만원이 된다. 320만원이라면 시급 2만원이다. 연봉 1억원인 사람은 실수령액 기준으로 시급이 4만원쯤 될 것이다. 대부분 사람의 한 시간은 이 정도 가치를 가질 것이다.

부업은 연봉이 아니라 시급이 직접 기준이 된다. 편의점, 커피숍, 프랜차이즈 등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은 최저 기준인 6030원 내외의 시급을 받는다. 몇십 년째 금액이 바뀌지 않는다는 과외는 인기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지만 일주일에 두 시간씩, 두 번 일해 월 30만원을 받는다면 시급은 2만원이 조금 못 된다. 최저시급에 비하면 충분히 높지만 이동 시간과 시간적 제약을 고려하면 별 차이는 없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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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시간으로 비용을 산정해 훨씬 높은 값을 받는 직업도 있다. 프리랜서나 전문 직종 종사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전자에 해당하는 예술가, 모델, 동시통역가나 후자에 해당하는 변호사, 변리사는 모두 시간당 수십만원을 받는다.

전문가나 강사가 책을 내거나 방송에 출연하면 가치는 올라간다. 때로는 몇 배로 뛰기도 한다. 이때부터는 연예인들에게 흔히 쓰는 몸값이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누군가를 행사에 한 번 초청하는 데 수천만원이 들었다는 이야기는 인터넷 가십난을 종종 장식한다. 그 사람의 수입을 몸값으로 계산하는 경우가 또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사고로 인한 보상금을 지급할 때 미래에 벌 수 있었을 수입에 바탕해 계산한다.

자유 시장에서 거래는 모두에게 이익을 준다는 밀턴의 말처럼 몸값에도 이유는 있다. 더 잘생기고 더 예쁜, 더 똑똑한 사람들이 더 많은 사람의 저녁 시간을 차지하게 만든 20세기 후반에 시작된 전자공학과 통신기술의 발달을 빼놓을 수 없다. 기술은 지금도 직업 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빠르면 1년, 멀게는 20년 내에 인공지능(AI)과 로봇은 직업 시장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지금까지는 기술 발달이 사람들의 근무시간을 늘려 왔지만, 로봇과 인공지능이 사람들을 대신해 일하게 되면 인류 처음으로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그러나 시간의 가치를 돈으로만 따질 수는 없다. 부모에게 한 시간에 얼마를 버는지 물은 뒤 부모의 한 시간을 사고 싶어 하는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봤을 것이다. 이처럼 아이가 커 버리기 전의 시간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가치를 가질 것이다.
2016-09-2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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