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남성 후견인제 폐지” 사우디 왕실에 텔레그램 폭주

“남성 후견인제 폐지” 사우디 왕실에 텔레그램 폭주

입력 2016-09-26 11:48
업데이트 2016-09-26 11:4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종교계 “반이슬람 범죄이자 사우디 사회존립 위협하는 요구”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의 텔레그램 수신함이 전통적인 성차별 제도를 혁파해달라는 국민 탄원으로 가득 찼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성이 남성의 허락을 받아야 주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후견인 제도를 폐지하도록 국왕이 나서달라는 내용을 담은 텔레그램 메시지 수백 통이 사우디 왕실에 전송됐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 여성은 해외여행이나 유학, 취업, 결혼 등을 하려면 아버지나 남편, 아들 등 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일부 병원에서는 여성을 치료할 때도 남성의 승인이 필요하다.

텔레그램 메시지 전송 행사를 주도한 라미야(37)는 대학 졸업 뒤 간호사로 일하며 백수 남편과 가족을 수년 동안 돌봤는데도 남편이 여행을 허락해주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결국 남편과 이혼한 그녀는 “직장에서는 존중을 받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어린아이’가 되고 만다”고 덧붙였다.

사우디에서는 여성 운동가를 중심으로 남성 후견인 제도 폐지 요구 운동이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WSJ은 이번 텔레그램 메시지 전송 행사가 운동의 정점을 찍었다고 분석했다.

텔레그램 메시지 전송은 지난 7월 트위터에서 ‘사우디 여성은 후견인 제도의 폐지를 원한다’는 해시태그가 퍼져나간 이후 자생적으로 나타났다.

사우디 왕실은 유엔에 후견인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종교계의 강력한 영향력과 보수적인 사회 문화 때문에 주저하고 있다.

사우디의 최고 종교지도자 그랜드 무프티 셰이크 압둘아지즈 알셰이크는 최근 후견인 제도를 폐지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이슬람 종교에 반하는 범죄이자 사우디 사회의 존립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사우디 원로 종교학자 위원회 위원인 셰이크 압둘라 알마네아는 이슬람은 결혼할 때를 제외하면 여성이 남성 후견인을 두도록 요구하지 않는다며 알셰이크의 주장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남성 후견인 제도 폐지 운동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여성 운동가 아지자 알 유세프는 26일 직접 궁중으로 찾아가 남성 후견인 제도 폐지를 요청하는 1만4천700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킹사우디대학의 컴퓨터 공학 교수 출신인 유세프는 “(전하려는) 메시지는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완전한 시민이라는 것”이라며 “매우 낙관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우디의 여성 권리는 최근 몇 년 새 상당히 개선됐다.

대학생 중 여성이 다수를 이루며 이들의 기업 내 고위직 진출이 증가했다. 지난해 말에는 지방선거에서 여성이 최초로 참정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22대 국회에 바라는 것은?
선거 뒤 국회가 가장 우선적으로 관심 가져야 할 사안은 무엇일까요.
경기 활성화
복지정책 강화
사회 갈등 완화
의료 공백 해결
정치 개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