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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출근길/박홍기 논설위원

[길섶에서] 출근길/박홍기 논설위원

박홍기 기자
입력 2016-09-21 22:50
업데이트 2016-09-21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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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때 지하철은 붐빈다. 특히 월요일엔 더하다. 긴 좌석에 일곱 명이 앉아 있다. 여성 여섯, 남성 한 명이다. 남성이 한가운데 있다. 한 여성은 화장에 한창이다. 거울을 보며 눈썹을 그리더니 속눈썹도 세운다. 다른 이들은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았거나 카톡을 하는지 스마트폰에서 엄지손가락이 바쁘다. 남성도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지하철이 멈추고 출입문이 열렸다. 누군가는 내리고 누군가는 탔다. 또 다른 이들이 좌석 앞에 섰다. 지하철이 다시 출발하고 잠깐 지나서다. 남성이 갑자기 일어나 “앉으세요”라고 했다. 스마트폰에 빠져 몰랐던 거 같다.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큼 볼록했다. 임신부였다. “괜찮습니다.” 사양했다. 남성이 일어나 지하철 손잡이까지 잡자 그제야 “감사합니다”라며 앉았다. 임신부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앉은 이들은 그대로였다. 화장하고, 눈감고, 스마트폰을 보고…. 한참 가는 동안 앉은 이들은 번갈아 바뀌었다. 남성이 내리려 할 때 임신부도 일어섰다. 그리고 “감사했어요.”, “아! 네.” 두 차례의 인사는 스쳐 지나가듯 짧았다. 출근길이 여느 날보다 따뜻했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6-09-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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