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와이프’로 안방 복귀…“드라마 결말 제 제안으로 변경”

“어휴, 저 어떡해요.”

전도연<br>연합뉴스


전도연(43)은 2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눈물을 쏟았다.

평소 저렇게 풍부한 감정 덕분에 27일 종영한 tvN 드라마 ‘굿 와이프’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전도연은 승승장구하던 검사 남편 이태준(유지태 분)의 구속을 계기로 홀로서기 하는 김혜경으로 열연했다.

전도연은 드라마를 이끌면서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는 “시간에 쫓기고 분량에 쫓기면서 매일 현장에서 도망치고 싶었다”면서 “갈수록 대본을 소화할 여유가 줄어들면서 굉장히 무섭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막상 드라마를 끝내고 보니 도망치고 싶었던 시간보다는 다른 배우들, 스태프와 즐거웠던 시간이 훨씬 더 크더라고요. 상실감과 공허함이 정말 크네요.”

◇ “포용하는 여성상 보여주고 싶었다”

‘굿 와이프’는 15년간 아내이자 엄마, 며느리로만 살았던 김혜경이 변호사로서 직업적 정체성을 찾는 이야기와 동료 변호사 서중원(윤계상)을 만나면서 여자로서 새롭게 눈을 뜨는 이야기를 담았다.

전도연이 간담회 내내 강조한 단어는 바로 ‘포용’이었다.

전도연은 “모든 걸 포용할 수 있는 건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라면서 “포용하는 여성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김혜경은 엄마이면서도 아내이면서 여자이기도 하잖아요. 김혜경이 그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그 상황들을 포용할 수 있는 건 여성이라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전도연의 이러한 해석에 따라 드라마 결말도 수정됐다.

김혜경과 이태준이 각자 길을 가는 것으로 정해졌던 결말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선언하는 이태준 곁에 웃음 짓는 김혜경이 있는 장면으로 바뀌었다.

“많은 사람이 김혜경과 이태준의 대치를 주목했는데, 저는 어느 순간부터는 (김혜경을) 남성을 이기기보다는 포용하는 여성으로 잡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김혜경은 이태준 국회의원 출마 기자회견장에 간 것이고요. 포용은 용서와는 달라요.”

전도연은 “어느 순간 이태준의 욕망과 야망을 이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5년을 같이 살면 미운 정 고운 정이 있잖아요. 10회로 기억하는데 이태준의 그 넓은 어깨가 작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어 저도 연기하면서 깜짝 놀랐어요. 이태준이 안쓰러웠어요. 스스로 옳다고 믿는 것 하나만 보고 가는 사람이잖아요.”

전도연은 김혜경이 야심가인 이태준을 닮아간다는 일부의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서 “김혜경의 성장이라고 한다면 감성적으로 이해하되 이성적으로도 판단하는 인물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잘 버텨준 스스로가 고맙고 기특”

전도연은 유지태, 윤계상뿐 아니라 법률사무소 대표 서명희 역의 김서형, 조사원 역의 나나, 동료 변호사 이준호 역의 이원근 등 수많은 배우와 맞붙었다. “상대로부터 감정을 전달받고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을 또 보여주면서 느끼는 것이 크다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호흡하면서 받는 에너지는 제가 할 수 없는 것을 하게 해요. 시간에 쫓기고 지쳐도 그 덕분에 더 많은 걸 표현할 수 있어요.”

전도연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유지태에 대해 “앞으로도 편해지지 않을 것 같은 후배”라고 솔직히 표현했다. 두 사람 모두 현장에서 자신의 캐릭터에 몰입하면서 긴장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도연은 “김혜경과 이태준이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줄 수 있었던 건 유지태 덕분이었다”고 공을 돌렸다.

윤계상이 동생처럼 느껴졌다는 전도연은 “서중원이 김혜경을 챙겨준 것처럼 윤계상도 현장에서 저를 잘 보살폈다”면서 “낯뜨거워 직접 고맙다는 말은 못 했지만 제 마음은 전달됐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나나에 대해서도 각별한 마음을 표했다.

“나나는 정말 눈빛이 좋은 배우예요. 김혜경이 서중원의 사랑을 받았지만, 진짜 위로는 서중원이 아니라 김단에게서 받았다고 봐요.”

‘칸의 여왕’은 자신의 연기를 평가하는 데도 거침이 없었다.

전도연은 “제가 감정적으로 전달되는 대사들은 잘하는데 정보 전달과 사건을 말할 때는 정말 소화하기 힘들었다”면서 “법정 장면을 찍고 나면 몸무게가 1kg씩 빠지곤 했다”고 설명했다.

‘당신은 너무 소중합니다’라는 마지막회 메시지가 와 닿았다는 전도연은 “이 드라마를 찍는 동안 잘 버텨준 저 자신이 기특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결혼 10년 차인 전도연에게 ‘스스로 굿 와이프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을 던졌더니 특유의 매력적인 웃음과 함께 솔직한 답이 돌아왔다.

“제가 실제로 ‘굿 와이프’인지는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는 인생의 전부가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또 키우다 보니 사랑으로만 사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서로) 믿는 것이고, 틀을 깨지 않는 한도 내에서 서로 믿으면서 사는 것이 결혼이라고 생각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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