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예능교회서 영결식…남양주 모란공원에 안장

원로 코미디언 고(故) 구봉서 씨의 영결식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예능교회(옛 연예인교회)에서 열렸다.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예능교회에서 진행된 원로 코미디언 고 구봉서 씨 환송예식이 끝난뒤 운구가 장지로 떠나고 있다. 오른쪽은 코미디언 이용식. 연합뉴스
영결식은 이용식, 이홍렬, 엄용수, 임하룡 등 후배 희극인과 박진 전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인, 가족, 교인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예배 형식으로 조촐하게 진행됐다.

예능교회는 종교활동에 힘써온 고인이 설립을 주도하고 장로로 활동해온 곳이다.

이 교회 장로인 영화배우 신영균(88)은 추모기도를 통해 “배가 고프고 힘들 때 웃겨주고 희망을 주고… 그러면서도 메시지가 중요하다면서 책을 사서 열심히 공부하던 고인을 모습을 봤다”고 회고했다.

곽선희(83) 소망교회 원로목사는 고인에 대해 “많은 사람을 옳은 대로 인도한 사람은 별처럼 영원히 빛이 난다”면서 “인생의 성공자는 웃으며 사는 사람이고 절망한 사람은 패배자인데 고인은 ‘내가 죽으면 누가 웃기지’라는 명언을 남겼다”고 소개했다.

평소 고인과 각별한 사이였던 이용식(64)과 손녀인 구자은씨가 조사를 했다.

이용식은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세계적인 코미디 대사를 만드셨던 분이 이제 천국을 웃기러 가신다”고 했다.

“결혼 8년차 때 제가 딸을 낳았는데, ‘용식아, 어떻게 너 같은 몸뚱이에서 저렇게 예쁜 딸이 나올 수가 있지’라고 하시던 게 기억납니다.”

이용식은 “평생 웃기기만 하셨던 분이 이렇게 슬프게 만들어놓고 가셨다”며 눈물을 흘렸다.

구자은씨는 “할아버지는 항상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운 분이셨다”며 “떠나신 빈자리가 너무 크다”고 회고했다.

그리고는 “할아버지 좋아하시던 책 많이 읽으시고 오랜만에 다시 보시는 분들 많이 웃겨주시고 행복하게 지내세요”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뒤이어 2주 전쯤 고인이 마지막으로 교회를 찾았을 때 이용식 등이 나이도 잊은 채 ‘기쁨조’가 돼 고인을 즐겁게 해주려고 온몸을 던져서 개그를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영결식 참석자들을 웃음 짓게 했다.

앞서 이날 새벽 빈소가 있던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발인식에는 고인의 동료였던 송해를 비롯해 김미화, 김학래, 김창준 등 후배 희극인 15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고인은 경기도 남양주 모란공원에 안장된다.

지난 27일 마련된 빈소에는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지인과 후배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행사 기간에 고인의 부음을 접한 제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서도 추모 행사가 진행됐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공간에서도 추모 메시지가 이어졌다.

1926년 평양에 태어난 고인은 1945년 태평양악극단에서 악사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배삼룡, 곽규석, 이기동, 남철, 남성남 등과 함께 1960∼70년대 한국 코미디 전성기를 이끌며 고단한 삶에 지친 서민들을 위로했다.

‘오부자’, ‘돌아오지 않는 해병’ 등 4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MBC TV의 장수 코미디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 와요’를 통해 전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찰리 채플린의 희극 연기를 신봉했던 고인 “코미디는 풍자”라고 믿었다.

현역 시절부터 연예인 선교에 힘썼으며 은퇴 후에는 종교활동에 전념해왔다.

고인은 27일 새벽 노환으로 인해 향년 9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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