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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스타×패션 매출 10배 ‘대박’…컬래버레이션의 힘

유명 스타×패션 매출 10배 ‘대박’…컬래버레이션의 힘

박재홍 기자
박재홍 기자
입력 2016-08-28 17:06
업데이트 2016-08-2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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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세컨즈·지드래곤 협업… 명동 매장 하루 매출 2억 불티

지난 19일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패스트패션 브랜드 ‘에잇세컨즈’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섰다.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이 함께 작업한 ‘에잇 바이 지드래곤’(8 X GD)과 ‘에잇 바이 지디스픽’(8 X GD’s Pick)을 사기 위해서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날 에잇세컨즈 명동점에서만 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에잇세컨즈 명동점의 하루 평균 매출이 2000만원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열 배가 팔린 것이다.

유명 스타나 운동선수, 디자이너 등과 패션 브랜드의 협업은 패션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기존에는 유명 영화배우나 운동선수의 이름을 제품에 붙이는 방식(영국의 배우 겸 가수 제인 버킨의 이름을 딴 에르메스의 ‘버킨백’, NBA 선수 마이클 조던의 ‘조던’ 시리즈 운동화) 등으로 단순하게 협업을 했다면 최근에는 보다 진화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유명 스타가 제품 디자인에 참여하거나 여성복 디자이너가 스포츠 브랜드와 함께 의류 제품을 내놓는 식이다. 패션업계의 컬래버레이션(협업)이 더욱 활발해지고 그 대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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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중구 명동 에잇세컨즈 매장에 중국인 관광객을 비롯한 고객들이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과 협업한 ‘에잇 바이 지드래곤’(8 X GD) 라인과 ‘에잇 바이 지디스픽’(8 X GD’s Fick) 라인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선 모습. 에잇세컨즈 명동점은 이날 하루 평균 매출의 열 배인 2억원어치 물건을 팔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지난 19일 서울 중구 명동 에잇세컨즈 매장에 중국인 관광객을 비롯한 고객들이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과 협업한 ‘에잇 바이 지드래곤’(8 X GD) 라인과 ‘에잇 바이 지디스픽’(8 X GD’s Fick) 라인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선 모습. 에잇세컨즈 명동점은 이날 하루 평균 매출의 열 배인 2억원어치 물건을 팔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패셔니스타’가 디자인한 옷 내가 입는다

에잇세컨즈가 내놓은 지드래곤과의 협업 상품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녹아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드래곤이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인기가 많고 특히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패셔니스타’로 통한다는 점에 착안해 기획 단계부터 중국 진출을 염두에 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지난 12일부터 지드래곤과의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팔기 시작한 후 판매된 상품의 60%가 협업 상품”이라며 “외국인 고객 중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80%를 넘을 정도로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에잇세컨즈는 다음달 중국 상하이에 첫 매장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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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미국의 유명 가수 카녜이 웨스트(오른쪽)과 에릭 리드케 아디다스 최고마케팅경영자(CMO)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카녜이 웨스트를 영입해 내놓은 운동화 ‘이지 부스트’ 시리즈를 국내 출시해 ‘완판’ 성과를 거뒀다. 아디다스 제공
2015년 미국의 유명 가수 카녜이 웨스트(오른쪽)과 에릭 리드케 아디다스 최고마케팅경영자(CMO)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카녜이 웨스트를 영입해 내놓은 운동화 ‘이지 부스트’ 시리즈를 국내 출시해 ‘완판’ 성과를 거뒀다.
아디다스 제공
미국의 유명 힙합 가수 카녜이 웨스트는 국내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대박 아이템’으로 통한다. 나이키와 협업해 ‘에어 이지’(Air Yeezy) 등으로 인기를 끌었던 웨스트는 아디다스로 옮겨 지난해 운동화 ‘이지 부스트 750’과 ‘이지 부스트 350’ 등을 내놨다. 국내에서도 한정판으로 출시된 이 제품들은 판매와 동시에 ‘완판’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여름 발매 당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매장 앞에서 ‘밤샘 줄 서기’가 이어졌다. 특히 40만원가량인 이지 부스트 750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1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웨스트 역시 지드래곤처럼 단순히 자신의 이름만 제품에 적용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제품 디자인에 참여한다. 운동화 끈 위로 덮개를 감싼 모양의 디자인은 웨스트의 ‘트레이드마크’ 다. 웨스트는 창문에 블라인드를 내린 것 같은 모양의 ‘셔터셰이드’ 안경을 직접 주문해 쓰고 나와 유행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패션 브랜드들과 협업 작업을 하는 유명 스타들의 공통점은 모두 유행을 선도하며 ‘옷 잘 입기로 유명한’ 스타라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발달로 패셔니스타들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높아지면서 이를 활용한 마케팅도 고도화되고 있다”며 “단순히 스타가 입은 옷을 입는 것을 넘어 스타가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입거나 소유하려는 심리가 패션업계에서 스타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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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방한한 스텔라 매카트니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디다스 매장 앞을 찾은 모습. 영국의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는 2005년부터 아디다스와 협업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아디다스 제공
지난해 5월 방한한 스텔라 매카트니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디다스 매장 앞을 찾은 모습. 영국의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는 2005년부터 아디다스와 협업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아디다스 제공
●스포츠 브랜드·명품 디자이너 만나면

스포츠 의류와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고급 의류 디자이너들과 스포츠 브랜드의 협업도 최근에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패션 디자이너는 스포츠 브랜드들의 강점인 기능성 소재를 사용할 수 있고, 스포츠 브랜드들도 디자이너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적용해 다른 제품과 차별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윈윈’하는 협업인 셈이다.

2005년부터 영국 여성복 디자이너인 스텔라 매카트니와 협업한 ‘아디다스 바이 스텔라 매카트니’ 라인이 대표적이다. 아디다스는 최근 스텔라 매카트니와 재계약해 신제품을 2020년까지 출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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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와 명품 브랜드 지방시의 수석 디자이너인 리카르도 티시의 콜라보 ‘나이키랩 X RT’ 이미지 나이키 제공
나이키와 명품 브랜드 지방시의 수석 디자이너인 리카르도 티시의 콜라보 ‘나이키랩 X RT’ 이미지
나이키 제공
나이키는 지난 3월 출시한 ‘나이키랩’ 라인을 통해 다수의 디자이너와 협업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스포츠 의류와는 어울리지 않는 루이비통 등 대표적 명품 브랜드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으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패션 브랜드 ‘언더커버’의 창립자이자 디자이너인 다카하시 준과 함께 내놓은 ‘나이키랩x갸쿠소우’, 명품 브랜드 지방시의 수석 디자이너인 리카르도 티시가 디자인한 ‘나이키랩xRT’, 프랑스 명품 발망의 디자이너 올리비에 루스테잉이 함께 참여한 ‘나이키랩x올리비에 루스테잉’ 등이 대표적인 제품군이다. 나이키는 다음달엔 대표적 명품인 루이비통의 디자이너 킴 존스와 협업한 ‘온더무브: 나이키랩x킴 존스’의 새로운 운동화 ‘나이키랩 에어줌 LWPx킴 존스’를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모두 나이키의 강점인 소재에 각 디자이너들의 화려함과 독창성을 덧입힌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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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가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르메르와 함께 출시한 ‘유니클로 앤드 르메르’. 유니클로 앤드 르메르는 출시 3분 만에 온라인스토어에서 품절 상품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유니클로 제공
유니클로가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르메르와 함께 출시한 ‘유니클로 앤드 르메르’. 유니클로 앤드 르메르는 출시 3분 만에 온라인스토어에서 품절 상품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유니클로 제공
●명품과 대중 브랜드의 협업

저렴한 가격의 ‘제조·유통 통합’(SPA) 브랜드들과 명품 브랜드의 컬래버레이션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스웨덴의 H&M은 SPA 브랜드로는 최초로 2004년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인 카를 라거펠트와의 협업 제품들을 내놨다. 이후 매년 랑방, 베르사체 등 유명 디자이너 및 명품 브랜드들과 협업한 제품들을 내놔 지갑이 얇은 소비층을 매장 앞으로 불러 모으는 데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내놨던 발망 컬래버레이션 제품은 출시 전날부터 이를 사기 위한 밤샘 줄 서기 행렬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SPA 브랜드 유니클로도 2009년 명품 브랜드 질샌더와 함께 내놓은 ‘플러스 제이’가 높은 인기를 끌자 매년 새로운 디자이너나 브랜드들과 함께 디자인한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프랑스의 디자이너 브랜드 르메르와 함께 출시한 ‘유니클로 앤드 르메르’는 출시 이후 3분 만에 온라인스토어에 품절 상품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유니클로 측은 설명했다. 유니클로는 유명 브랜드들과의 협업뿐만 아니라 미키마우스나 스타워즈, 마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컬래버레이션해 프린트 티셔츠 등을 매년 선보이고 있다.

●컬래버레이션과 한정판 마케팅 전략

패션 브랜드들이 협업을 늘리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 확대를 위해서다. 기존의 정체된 시장을 유명 스타나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슈화시켜 새로운 고객층을 유입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를 사기 어려운 소비층에 저렴한 가격으로 디자이너 제품이나 명품을 소유할 수 있다는 심리를 불러일으켜 소비를 유발하고, 고급 디자이너 제품만 보던 소비자들이 대중 스포츠 브랜드 매장에도 찾아오도록 만드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여기에 일부 마니아층이 한정판으로 출시되는 제품들을 사기 위해 밤새 노숙 행렬을 벌이는 것도 브랜드들의 입장에서는 간접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반면 일부 한정판 제품의 희귀성을 노리고 제품을 사자마자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몇 배의 가격으로 되파는 이른바 ‘리셀러’들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도 한다. 삼성물산의 정창근 패션부문 상품담당 상무는 “브랜드 차별화를 위해 글로벌 패셔니스타와의 컬래버레이션이 이어지고 있고 이 같은 트렌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6-08-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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