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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in 비즈] 야쿠르트 아줌마가 ‘사장님’이었던가요

[비즈 in 비즈] 야쿠르트 아줌마가 ‘사장님’이었던가요

박재홍 기자
박재홍 기자
입력 2016-08-28 22:06
업데이트 2016-08-28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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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사회부 기자
박재홍 사회부 기자
한국야쿠르트의 위탁판매원. 우리에게는 ‘야쿠르트 아줌마’로 친숙한 이분들을 이제는 ‘야쿠르트 사장님’으로 바꿔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24일 대법원이 한국야쿠르트를 상대로 퇴직금을 달라며 소송을 건 위탁판매원 정모씨에게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에 해당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정씨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회사가 구체적인 지휘 감독을 내리지 않았다고 판단해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야쿠르트 측에서도 판매원들이 원하는 만큼 물건을 떼어다가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얻는 구조이기 때문에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야쿠르트 위탁판매원을 개인사업자로 확인한 이번 판결은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것입니다. 한국야쿠르트 유니폼을 입고 한국야쿠르트의 제품만을 판매하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한국야쿠르트 직원이 아니라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국야쿠르트는 영업 최전선에 있는 야쿠르트 위탁판매원들을 내세워 판매 증대와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려 왔습니다. 지난 3월 출시한 이 회사의 커피 제품인 ‘콜드브루 바이 바빈스키’는 유통기한이 출시 후 10일라는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7월 말까지 900만개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업계에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정한 시간에 집 앞까지 배달해 주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없었더라면 이런 ‘대박’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한국야쿠르트에 소속된 야쿠르트 위탁판매원은 현재 1만 3000여명에 달합니다. 우리 사회엔 이보다도 훨씬 많고 다양한 또 다른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존재합니다. 공급자와의 계약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시간제 학원강사,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차량을 소유한 운송업자 등이 모두 야쿠르트 아줌마와 비슷한 처지입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번 판결에 대해 “일자리는 점점 더 불안정하고 열악해지고 있는데도 법원이 여전히 사회·경제적 종속성의 문제와 근무 형태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1969년 창립한 한국야쿠르트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보다 편하게 일하도록 하겠다며 2014년 말부터 전동 카트를 제공하고 있지만, 경영 인식은 아줌마들이 손수레를 끌고 일하던 40여년 전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간 것 같지 않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6-08-2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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