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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흉기난동, 사회적 약자 대상 ‘화풀이 범죄’인듯

안양 흉기난동, 사회적 약자 대상 ‘화풀이 범죄’인듯

입력 2016-08-25 17:42
업데이트 2016-08-2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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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시비붙다 일면식도 없는 할머니 청소원에게 흉기 휘둘러전문가 “화풀이 범죄 어린이·노인·여성 등 약자 향한 경우 많아”

경기 안양의 한 유흥가 상가 건물에서 만취한 3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70대 할머니 청소원 1명이 숨지고 1명은 다쳤다.

범인은 경찰이 출동했을 때도 범행을 멈추지 않고 흉기를 휘두르다가 테이저건을 맞고 나서야 검거됐다.

범인과 피해 할머니들 간 일면식도 없는 사이일 가능성이 커, 또 다른 사회적 약자층에 대한 ‘화풀이’ 범행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5일 오전 7시 40분께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의 한 상가 건물 1층 음식점에 이모(33)씨가 만취한 채 들이닥쳤다.

이씨는 전날 밤 자신이 호감을 느끼고 있는 여성과 그 여성의 친구(여) 등 3명이서 술을 마시다 여성들이 먼저 귀가하자 이들을 찾아 유흥가 곳곳을 둘러보던 차였다.

그는 “일행들을 찾으러 왔다”고 했지만, 업주는 술 냄새를 심하게 풍기며 횡설수설하는 이씨를 쫓아냈다.

이씨는 계속해 건물 안을 누비다가 건물 경비원(72)과 맞닥뜨렸다.

술취해 경비원에게 시비를 걸면서 몸을 밀치는 등 몸싸움까지 일어났다.

잇단 말다툼에 화가 난 상태일 거로 추정되는 이씨는 그 길로 문이 닫힌 또 다른 식당에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이곳에서 주방에 있던 흉기를 들고나온 그는 일행이었던 여성들을 찾겠다며 2층에 있는 주점(바)으로 들어갔다.

오전 7시 50분께 마침 주점 안에서는 업주로부터 가게 청소를 부탁받은 이 건물 청소근로자 A(75·여)씨와 B(75·여)씨가 청소를 하고 있었다.

이씨는 흉기를 든 채 무작정 이 주점으로 들어가 A씨의 가슴과 복부 등을 무려 30여차례 찌른 뒤 B씨의 복부 등도 수십차례 찔렀다.

건물 경비원으로부터 “술 취해 난동을 부리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도 이씨는 B씨를 계속해 흉기로 찌르던 상황이었다.

경찰관이 테이저건을 쏴 가까스로 이씨를 제압하면서 이씨의 ‘폭주’는 끝이 났다.

검거 직후 “청산가리를 먹었다”고 주장하던 이씨는 병원에서 거짓말로 드러나 경찰서로 이송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씨는 경찰에 “피해자들이 어렸을 적부터 나를 괴롭혀서 흉기로 찔렀다”고 횡설수설 했지만, 이 진술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나중에는 “술에 취해 왜 그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피해자들과는 모르는 사이다”라고 진술했다.

정황으로 볼 때 이씨는 함께 술을 마시던 여성들이 귀가해 화가 난 상태에서 음식점 업주에게 쫓겨나고, 경비원과 몸싸움을 하고 나서 화풀이 식으로 피해자들에게 흉기를 휘둘렀을 가능성이 다분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부상한 B씨가 현재 수술 후 안정을 취하고 있어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며 “피의자가 흉기를 휘두르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확인해봐야 어떤 이유에서 그런 범행을 저질렀는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묻지마’식 범죄로 보긴 어렵고, 화가 난 상태에서 사회적 약자에게 분노를 쏟아낸 ‘화풀이’식 범죄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른 사람에게 화가 나 엉뚱한 사람에게 분노를 쏟아낸 ‘화풀이’ 범죄 사례는 우리 사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인천에서는 이별 후 만나주지 않는 전 동거녀를 대신해 그의 여동생을 때려 숨지게 한 50대가 경찰에 붙잡혔고, 5월 오산에서는 버스 승차거부를 당한 뒤 60대 여성에게 화풀이 폭행을 한 30대가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이 또 다른 개인이나 사회에 대한 분노를 엉뚱한 곳에 전치 시키는 과정에서 자신이 제압 가능한 약한 상대를 그 대상으로 하는 특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분노를 기반으로 한 범죄 피의자는 자신이 접근 가능한 방어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 여성 등 소위 ‘만만한’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웅형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안양 사건 피의자는 만일 청소근로자들이 건장한 남성이었다면 아무리 만취했어도 흉기 난동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신이 제압 가능한 약한 상대를 대상으로 자신의 분노 감정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뚜렷한 직업이 없고, 가정생활도 불행한 이른바 ‘취약한’ 구성원이 갈등과 스트레스로 인한 분노를 공격 성향으로 표출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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