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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이재현 회장, 사업 완성으로 답해야/최용규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이재현 회장, 사업 완성으로 답해야/최용규 편집국 부국장

최용규 기자
입력 2016-08-16 22:48
업데이트 2016-08-1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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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규 편집국 부국장
최용규 편집국 부국장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간절히 원하던 자유를 얻었다. 법원의 판결을 통해 무죄로 나왔으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대통령 특사(特赦)로 풀려났다. 편한 마음으로 신병을 치료하고 일도 할 수 있는 기회가 그에게 주어졌다. 이번 특별사면은 4876명의 사면자 중 이재현 이름 석 자만 눈에 들어올 만큼 ‘이재현을 위한 특사’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나머지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 비난이 빗발칠 줄 뻔히 알면서도 정부가 이 회장에게 ‘특별한 혜택’을 준 까닭이 무엇인지는 이 회장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형이 확정된 이 회장의 범죄 행위는 엄하고 중하다. 이 회장 사면으로 향후 우리 사회가 떠안아야 할 사회적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감옥에 갇힌 죄수 가운데 수형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아픈 사람이 어디 이 회장뿐이겠는가. 아프다고 빼줄 것 같으면 죄를 짓거나 감방 가는 것을 무서워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과연 이런 사회가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 있을까. 더구나 이 회장은 2013년 7월 구속됐지만 이후 3년여 동안 옥살이를 한 것은 4개월에 불과하다. 2년 9개월을 형집행 정지로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아 왔다. 유전병과 부인한테 이식받은 신장이 제 기능을 못해 몸이 망가졌다는 것은 언론 보도로 익히 알고 있지만 툭하면 형집행 정지였으니 보통 사람 눈에 곱게 비칠 리 없다.

‘지병 악화 등으로 사실상 형집행이 어렵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감안해 인도적으로 배려했다’는 정부의 첫 번째 이유가 껍데기라면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의 부여’라는 두 번째 이유가 이 회장 사면의 속살이자 알맹이다. 인터넷 댓글이 비난과 욕설로 가득 찰 것임을 예상하면서도 정부가 이런 수를 둔 것은 이 회장에게 자유가 절실한 것만큼이나 정부 역시 경제 발전과 회복이 절실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물론 이런 ‘원포인트 특사’는 박근혜 정부가 유일한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빨간등이 켜지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특사를 단행했고, 이 회장은 곧바로 해외로 나가 동계올림픽 유치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 풀려난 이 회장과 그의 측근들은 경제적으로 기여하라는 메시지에 충실하게 답할 책무가 있다.

이 회장도 이미 이런 각오를 밝혔다. 이 회장은 재작년 7월 서울고등법원 505호실에서 했던 최후진술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이 회장은 재판장에게 “살고 싶습니다”라고 애원하며 “살아서 제가 시작한 사업을 포함한 CJ의 여러 미완성 사업을, 반드시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 완성시켜야 합니다. 선대 회장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고, 길지 않은 저의 짧은 여생을 국가와 사회에 헌신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라고 간곡하게 요청했다. 이 회장 말대로 CJ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생활문화기업이다. 허민회 CJ오쇼핑 사장은 CJ푸드빌 대표 시절 “세계인이 일주일에 한 번 한식을 먹고 우리 영화나 드라마를 보도록 하는 것이 CJ의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건강 때문에 선친의 첫 번째 추도식조차 참석하지 못한 이 회장이 지금 당장 그룹의 현안을 챙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몸을 추슬러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는 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런 만큼 이 회장의 의중을 대변할 동력이 필요하다. 이 회장은 잃은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얻은 것도 있다. 바로 ‘뉴CJ’를 이끌 인재들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인물이 돋보이는 법이다. CJ에도 주머니 속 송곳 같은 인사들이 이 회장 부재를 계기로 노출됐다. 구속된 이 회장과의 인연을 얘기하다 목이 메어 숟가락을 떨구던 A. 그는 친정인 CJ에 컴백하기 전 설화수라는 히트 브랜드를 만든 주역이었다. 이 회장 모친이 “이 사람 뭐하는 거야. 재현이를 도와야지”라는 한마디에 미련 없이 짐을 쌌다. ‘도쿄차사’(東京差使) B. 이 회장의 부친 이맹희 CJ명예회장이 일본 도쿄에 머물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유산 소송을 벌이고 있을 때 일본으로 건너가 명예회장 설득에 나섰던 주인공이다. 역린(逆鱗)을 건드리는 일이었지만 이 회장 구명을 위해 ‘차사’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로열티가 뉴CJ를 이끌며 경제 발전으로 모아지길 기대한다.

ykchoi@seoul.co.kr
2016-08-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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