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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한·중 사드 갈등 장기화와 험난한 주변 환경/민귀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중국학과 교수

[열린세상] 한·중 사드 갈등 장기화와 험난한 주변 환경/민귀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중국학과 교수

입력 2016-07-31 18:10
업데이트 2016-07-3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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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한·중 갈등이 깊어 가면서 수교 이후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상호 신뢰 기초에 해를 끼쳤다”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직설적이고 거친 반응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여기서 우리는 ‘역대 최상의 관계’라던 정부 주장이 얼마나 공허한지, 사드 배치의 영향을 애써 축소하는 정부가 얼마나 일방적인지를 확인하고 있다. 또한 “전면적 경제 보복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정부 당국자의 근거 없는 낙관성과 나태함에 국민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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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귀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중국학과 교수
민귀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중국학과 교수
그렇다면 사드 갈등은 얼마나 깊이 또 멀리 갈 것인가. 우리 당국자의 희망대로 중국의 보복은 없을 것인가. 나의 대답은 우울하다. 갈등은 깊고 ‘저강도 보복’은 여러 방면에서 진행될 것이다.

왜 그런가. 첫째, 역대 미국의 대선 시기에는 미·중 관계가 악화됐다. 대선 주자 누구나 중국 때리기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중국 부상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하고, 일자리 감소를 대중 무역적자 탓으로 돌리면서 대중 강경책을 주장한다. 따라서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새로운 대중 외교정책을 세울 때까지 양국의 긴장은 강화될 것이다.

둘째, 내년에 치러질 중국의 제19차 당대회 요인도 사드 갈등 해소에 부정적이다. 강한 카리스마와 조직 장악력이 뛰어난 시진핑의 권력은 안정된 것으로 평가되지만,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진입할 후보 대부분이 자신의 파벌이 아닌 한계를 안고 있다. 그래서 반부패 투쟁으로 포장된 격렬한 내부 투쟁이 진행 중인데, 여기서 대외 온건노선은 자칫 경쟁 세력에 공격의 빌미를 줄 여지가 있다. 따라서 중국도 당대회 때까지는 현재의 강경한 입장을 거둬들이지 않을 것이다.

셋째, 중국은 사드 배치를 핵심 이익인 국가안전과 직결된 문제로 보고 있다. 핵심 이익이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드 배치는 협상 해결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여기에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이긴다’는 마오쩌둥 원칙과 ‘평화를 추구하지만 결코 무기를 버리지 않는다’는 입장도 확고하다.

넷째, 중국은 중국 포위에 대해 외부인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한다. 현재 미국의 전방위적 포위에 대한 위기 의식은 중·소 갈등 시기 남북 협공에 위협을 느껴 1979년 베트남을 침공했던 것보다 결코 작지 않다. 따라서 한국의 사드 배치가 한·미·일 군사동맹을 확정 짓는 중국 포위 결정판이라고 인식한다면 반드시 전략적 대응을 할 것이다.

다섯째, 지역 패권국인 중국은 국가의 권위와 국민의 신뢰를 구축할 필요성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특히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있는 공산당은 강한 모습을 통해 중국의 꿈이 실현되고 있음을 국민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이때 외부의 이익 침해에 대해 상응하는 보복을 가하는 것은 강대국의 권위와 자부심을 충족시키는 가장 극적인 표현이 된다. 이것은 오늘의 자부심으로 과거 서양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보상받으려는 대중의 대국주의 정서에도 부합된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보은과 보복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이 관시(關係) 문화의 바탕이다. 손해나 모욕을 당하고도 보복하지 않으면 체면이 깎인다는 관념이 강하다. 그래서 “독하지 않으면 장부가 아니다”거나 “군자의 복수는 10년도 늦지 않다”는 속담이 일상적으로 쓰이는 나라다. 경쟁 관계에서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해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런 여러 상황은 한·중 사드 갈등 해소가 매우 어려운 문제라는 점을 일깨워 준다. 따라서 비록 외교적 수사가 포함됐다지만 낙관적인 당국자들의 인식은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너무나 가볍고 무책임하다. 중국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곧바로 미사일 방어체계 요격 실험을 공개하고, 사드 기지 무력화를 겨냥한 실전 대항훈련을 했다. 또한 전략적 자산인 북한과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고, 대중의 반한 감정 표출을 방관하면서 한·중 민간 교류에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저강도 경제 제재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바야흐로 사드 정국은 한국의 시련기다. 그런데 냉철하고 균형 잡힌 정부의 대책이 없다. 국가 위기는 필부에게도 책임이 있으니 이제 대중이 나서야 할 때인가.
2016-08-0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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