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대접을 못 받고 산거죠. 개, 돼지만도 못한 거고...그냥 주는 밥이나 먹고, 때 되면 죽는 거고..”
30일 밤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남해안 외딴 섬 소록도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들의 실체를 추적한다.
이날 ‘그것이 알고싶다’는 모두의 외면 속에서 무려 100년 넘게 숨겨졌던 소록도 관련 사실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제작진은 두 달 동안 200명 넘는 취재진과 접촉하며 충격적인 실태를 재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다룰 이야기는 한센인, 즉 나병 환자들이 수용된 전라남도 고흥군 소록도가 배경이다. 한센인이 모여 사는 소록도를 취재하던 제작진은 인체를 표본으로 만들어 유리병 안에 담아 보관했다는 기괴한 소문을 접하고 귀를 의심했다.
당시 제작진은 “사람이 목만 잘라서 있는 것도 있다” “사람을 부위 별로 잘라서 유리병에 넣어 놓은 것도 있었다” 등 듣고도 믿기지 않는 과거 섬 주민들의 증언에 당황했다.
실제로 제작진이 소록도에서 입수한 유리병의 122개 중에는 사람의 목을 잘라 넣은 표본도 있었다. 심지어 뇌나 장기를 절단한 표본이 포르말린 용액 속에 담겨 있었다.
이 같은 표본들을 접한 전문가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고려대 의대 해부학교실 엄창섭 주임교수는 “유리병 표본을 어떤 목적으로 모았는지 모르겠다”며 “특히 태아(표본)의 경우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거의 출생 시기가 다 된 태아다”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엽기적인 인체표본 122개 중 14개 유리병에는 태아의 시체가 담겨 있었다. 태아들은 탯줄이 발목을 감고 있거나, 머리카락까지 자라 출생 직전의 상태이기도 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문제의 유리병들이 강제 낙태와 정관 수술에 의한 것이란 사실을 알아냈다. 실제로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는 한센인의 출산을 금지하며 강제 낙태와 정관 수술을 자행했다.
특히 제작진은 한센병이 유전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틀렸다는 게 밝혀졌음에도 광복 후 수 십년이 지난 1990년대 중반까지 이 같은 행위가 이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유리병 속 태아들은 한센인들은 임신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본보기로 전시되기까지 했다.
놀라운 사실은 취재 결과 더 밝혀졌다. 제작진은 한센인 낙태 피해자 남편 최영호(가명) 씨로부터 제보를 받고 충격에 빠졌다. 최씨는 “낙태하러 안 간다고 막 울고불고 하니까 데리고 가서 가둬버린다 하고. 발로 차서 낙태시킨다 하고. (낙태를)거부하면 완전히 그냥 두드려 맞고 쫓겨나야 되니까”라고 말끝을 흐렸다.
제작진은 강제 낙태와 정관 수술 속에서도 세상의 빛을 본 아이들이 사회적 차별이라는 또 다른 비극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많은 아이들이 한센인 2세라는 이유로 부모와 강제로 떨어져 해외로 떠나야 했다.
입양된 아이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입양되지 못한 아이들은 보육 시설에 강제로 맡겨졌다. 말이 보육원일 뿐, 단체 수용시설과 다름없이 환경이 열악했다. 아이들은 강제 노역에 동원되거나 구타로 사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