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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금요일’ 검찰은 또 금요일을 택했다

‘불안한 금요일’ 검찰은 또 금요일을 택했다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입력 2016-07-29 15:35
업데이트 2016-07-2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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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진경준 검사장 구속기소·해임 청구

검찰 취재를 담당하는 법조 출입 기자들에게 ‘불금’이란 ‘불안한 금요일’ 또는 ‘속에 천불이 나는 금요일’이라는 말이 있다. 검찰이 내부 비리 수사나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사건 등은 여론 주목도가 가장 낮은 금요일에 수사결과를 발표해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68년 검찰 역사상 첫 현직 검사장 구속기소 사례가 된 진경준 검사장 사건 역시 금요일인 29일을 택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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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결과 발표하는 이금로 특임검사
수사결과 발표하는 이금로 특임검사 이금로 특임검사가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진경준(49·구속기소) 검사장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진 검사장의 주식 불법 거래 등을 수사한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제3자 뇌물수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진 검사장을 구속기소했다. 진 검사장은 2006년 11월 넥슨재팬 주식 8537주(당시 가격 8억 5370만원 상당)를 넥슨 측으로부터 무상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서울대 86학번 동창인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회장으로부터 2005년~2014년 11차례에 걸쳐 가족 국외여행 경비 5011만원을 지원받은 혐의도 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는 특임팀과 별도로 이날 법무부에 진 검사장을 해임해달라고 징계를 청구했다. 차관급인 검사장을 감찰해 해임을 결정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검찰이 ‘제 식구’인 진 검사장을 구속기소까지 했지만, 수사결과 발표일을 또 금요일로 잡으면서 뒷말도 나온다. 검찰 내 치부가 드러난 사건을 금~일요일로 이어지는 주말에 발표해 여론 확산 파급력을 최소화하려는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 검찰의 전략적 금요일 선택은 오래전부터 반복돼 왔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감찰을 지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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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국무총리(전 법무부 장관)
황교안 국무총리(전 법무부 장관)
2013년 청와대의 ‘찍어내기’ 의혹까지 제기됐던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 혼외자식 논란에도 ‘금요일 법칙’이 적용됐다. 그해 9월 6일 <조선일보>는 채 총장에게 혼외아들이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고,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은 금요일인 13일 채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발표했다.

당시 검찰 수사 사건 중 가장 주목받았던 사건은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으로, 채 총장은 별도의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지시했고 이 과정에서 채 총장이 청와대에 찍혔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윤석열 국정원 사건 특별수사팀장, 정직 중징계 받다

윤석열 전 국정원 사건 특별수사팀장(현 대전고검 검사)
윤석열 전 국정원 사건 특별수사팀장(현 대전고검 검사)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의 방패막이 됐던 채 총장이 혼외자 논란 끝에 사퇴하면서 그 시련은 다시 수사팀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당시 윤석열 수사팀장은 상부의 수사 방해에 불만을 토로하며 상부 보고 없이 트위터에 대선 댓글 활동을 한 혐의가 있는 국정원 직원을 체포했다. 이에 검찰은 윤 팀장에 대한 감찰을 진행했고, 금요일인 11월 8일 감찰위원회를 열어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 금요일에 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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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 중인 이진한 전 서울중앙지검 2차장. 서울신문 DB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 중인 이진한 전 서울중앙지검 2차장. 서울신문 DB
검찰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고발로 시작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 수사 결과 역시 금요일인 2013년 11월 15일에 발표했다. 이 사건은 2012년 8월 정문헌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하지만 수사 결과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고, 되려 정 의원이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카네이션 달고 검찰 출두한 홍준표 경남도지사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홍준표 경남도지사. 서울신문 DB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홍준표 경남도지사. 서울신문 DB
검찰은 소환 대상자 중 ‘주요 인사’에 대해서는 금요일에 소환하는 배려도 해줬다. ‘리스트’와 ‘녹취록’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상 사건에 연루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금요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됐다. 홍 지사는 금요일이자 어버이날인 2015년 5월 8일 가슴에는 빨간 카네이션을 달고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수사 결과 홍 지사가 성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판단,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 밖에 검찰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회장으로부터 청탁·알선 명목으로 3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도 금요일인 5월 27일 소환조사한 바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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