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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포커스] 에너지 신산업과 합리적 가격 시그널/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

[금요 포커스] 에너지 신산업과 합리적 가격 시그널/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입력 2016-07-28 22:46
업데이트 2016-07-28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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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2일 체결된 파리협정은 인류가 현재의 탄소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 더 나아가 무탄소 경제로의 귀환을 선언한 세계 문명사적 사건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이제 어떤 나라든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달라진 기후변화 대응 환경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 우리의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마당에 저탄소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가혹한 현실이 될 것이 분명하다.

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
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
그러나 이번 파리협정을 다른 측면에서 해석하면 새로운 에너지 시장의 무궁무진한 확장성을 의미한다. 에너지 기술의 발전과 정보통신기술(ICT), 사물인터넷(IoT) 등이 융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신재생 에너지원의 확충,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 다양한 에너지 서비스산업이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어디에서든 휴대전화 하나로 에너지 사용과 관리를 컨트롤할 수 있는 생활이 머지않아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에너지 신산업은 온실가스 감축과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변화를 누가, 어떻게 주도해야 산업의 경쟁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에너지 신산업을 어떻게 성장 동력화해야 하느냐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에너지 부문에서 가장 큰 변화는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생산과 저장장치의 기술 발전, 더불어 수요자의 가격 반응을 통해 에너지 사용에 대한 원격 제어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즉 소비자도 과거의 단순한 소비 주체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에너지 생산에 참여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형태로 바뀔 수 있다. 에너지 신산업은 이런 분야에서 파생되는 기술과 산업의 융복합화가 응용돼 하나의 새로운 사업 모델로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의 에너지 가격 시스템이 에너지 신산업 발전을 견인할 힘을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에너지 신산업에서 찾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가격 시그널이 이를 유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기업이 움직이지 않으면 에너지 신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승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에너지 신산업은 환경적 가치가 반영되거나 ICT를 적용해야 하는 탓에 비용 상승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에너지 신산업과 관련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은 더욱 그러하다. 전력 공급 비용이 전기요금보다 더 높은데 사업자와 소비자가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할 리 만무하다.

최근 외국의 여러 나라를 살펴보면 전기요금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친환경 발전 설비의 증설, 송·배전망 설비의 유지와 보수 등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전기요금으로 충당하고 있어서다. 그 결과 소규모 태양광 발전을 통한 전력생산 단가가 전기요금보다 더 저렴해져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태양광 발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기요금 상승이 전기 소비를 절감하거나 전기를 직접 생산해 판매 수익을 올리는 방향으로 유인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소비자도 전략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에너지 프로슈머의 서막이고, 더 나아가 인터넷에 개설된 전력거래 플랫폼을 통해 개인이 생산한 전력을 다른 소비자에게 거래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단순 문제가 아니다. 기존 전력회사에서는 전력수요 감소에 따른 수익 감소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자연스럽게 전력 시스템의 변화를 촉발하면서 분산형 전원을 중심으로 하는 전력 거래가 형성돼 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기존 전력거래 방식과 전기요금 수준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신산업을 발전시키고 싶어 한다. 게다가 에너지 신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에서 스스로 확산될 수 있는 유인책은 별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신산업을 활성화시켜 새로운 융복합 산업의 영역을 선점하고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제부터라도 가격 시그널이 에너지 신산업을 적극적으로 유인할 수 있는 합리적인 에너지 가격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노력부터 해야 할 것이다.
2016-07-2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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