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케빈 코스트너 주연으로 아카데미상 7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늑대와 춤을’에 출연했던 네이티브 아메리칸 추장인 데이비드 대머리 독수리가 9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다고 영국 BBC가 27일 전했다.

현지 장례업체에 따르면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고인은 사이옌 리버 인디언 보호구역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1876년 리틀 빅혼 전투에서 활약했던 추장 하얀 들소의 손자로 1919년 사이옌 리버 수 부족 보호구역 안의 티피란 곳에서 태어난 고인의 라코타어 이름은 원래 ‘겨울에 다친 아름다운 대머리 독수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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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름과 너무 어울리지 않게 미군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 이탈리아 안치오 상륙작전에 참여했고 승리한 전공으로 은성무공훈장을 받았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다 독일군 화기에 심하게 다친 그는 ‘클리프 키스 빅밴드’의 드러머로 음악 경력을 쌓기도 했다. 볼륨 댄스에 빠지기도 했지만 댄스 파트너이자 부인이었던 페니 라스번을 자동차 사고로 잃는 비극을 경험한 뒤 할리우드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전설적인 배우 존 웨인에게 말 타는 법과 총 다루는 법을 가르치기도 했으며 에를 플린의 스턴트맨으로도 활약하며 40편 이상의 작품에 출연했다. 1950년대 말에는 로데오 시연팀에 합류하기도 했으며 두 번째 부인 조시와 벨기에에서 만나 사랑을 키웠다. 배우로서는 물론이고 수십년 동안 사우스 다코타주 관광 프로모션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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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비즈니스 외에도 그는 2001년 네이티브 국제연맹의 첫 추장으로 선출돼 전 세계 토착 민족을 대변하기도 했다. 그의 마지막 영화 출연은 지난달 에딘버러 영화제에서 초청된 ‘Neither Wolf Nor Dog’였다. 이 영화를 연출한 스티븐 루이스 심프슨 감독은 고인을 “진짜 독특한” 배우였다고 돌아봤다.“ 그의 삶은 기쁨과 비극이란 측면에서 제아무리 뛰어난 전기작가들이 쓴 것보다 더 각별하다. 그는 놀라울 만큼 아름다운 남자였다. 웃을 때 그의 눈이 반짝임이나 즐거움을 머금은 짖궂은 표정은 압권이었다.”

고인의 장례식은 전통에 따라 나흘 동안 조문객들이 잠을 자지 않고 시신 곁을 지킨 뒤 오는 29일 스터지스에 있는 블랙힐스 국립묘지에서 거행된다고 장례시설은 밝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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