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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서도 가스 악취민원 접수…‘혹시 지진때문?’ 불안감 확산

울산서도 가스 악취민원 접수…‘혹시 지진때문?’ 불안감 확산

이승은 기자
입력 2016-07-25 16:30
업데이트 2016-07-2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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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시민불안 줄이기 위해 악취 발생 즉시 측정할 장비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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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에 이어 가스 냄새를 경험한 울산시민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악취의 원인을 석유화학단지에서 배출된 화학물질로 보고 있다. 사진은 울산석유화학공단의 굴뚝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진에 이어 가스 냄새를 경험한 울산시민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악취의 원인을 석유화학단지에서 배출된 화학물질로 보고 있다. 사진은 울산석유화학공단의 굴뚝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진이 발생한지 불과 20여일 사이에 가스 냄새를 경험한 울산시민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22일과 23일 “악취가 심하다”는 신고가 47건이나 접수됐다. 전문가들은 악취의 종류와 양을 바로 측정할 수 있는 정밀장비를 갖추고 원인을 밝혀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혹시나…’ 석유화학공단 주변 주민 불안 심각

지난 23일 오후 2시 22분부터 1시간 15분 동안 “가스 냄새가 심하게 난다”, “뭔가 타는 냄새가 나서 머리가 아프다”는 등의 신고가 총 22건 울산시소방본부에 접수됐다. 이튿날 오전 8시까지 모두 47건이 신고됐다. 신고는 석유화학공단과 인접한 남구 주민들이 주로 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평소 악취 신고가 하루 한두 건 들어오지만 이 정도로 많은 것은 드문 일이다“고 말했다.

이틀 전인 21일 가까운 부산에서 가스 냄새로 200건이 넘는 신고가 들어 왔지만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시민 불안감이 더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지난 5일 울산 앞바다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해 울산 전역에서 건물이 흔들리는 공포를 느낀 터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인터넷 카페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지진의 전조가 아니냐, 울산 앞바다 지진 때 석유화학공단 지하 배관이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반응이 잇따랐다.

박장호 울산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25일 ”공포심을 경험하면 비슷한 부정적인 자극에 더 쉽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고, 특히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더 불안해 질 수 있다“며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진짜 위험한 것인지 냉정해질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 겨울 빼고 늘 악취 민원…바람·온도 영향

악취는 울산시가 늘 겪는 민원이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200건 가량의 악취 민원이 들어왔으며 올해 들어선 6월 말까지 124건이 접수됐다. 상대적으로 겨울보다 봄~가을까지 민원이 많다.

올해 접수된 민원은 1월과 2월 각각 8건이었으나 3월 들어 19건, 4월 18건, 5월 29건, 6월에는 42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역시 겨울인 1, 2월보다 4월~10월 간 민원이 두 배 이상 많았다. 이는 바람 방향, 기온 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울산기상대는 지난해 풍향 분석 결과, 겨울에는 비교적 북서풍이 강하지만 다른 계절에는 뚜렷한 풍향을 규정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석유화학공단과 온산공단이 울산 중심가의 남동쪽에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북서쪽에서 바람이 들어오는 겨울을 제외한 계절에 악취 신고가 많은 것이다. 실제 악취 신고가 집중됐던 지난 23일 오후에는 남동풍이 불었다.

석유화학단지가 주로 봄부터 가을까지 정기보수를 집중적으로 하면서 파이프에 남은 연료들을 태워버리기 때문에 악취 민원이 잦을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언급된다. 울산시는 이번 가스 냄새가 석유화학공단에서 들어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바람 방향 등을 고려했을 때 석유화학단지에서 배출허용기준 미만의 화학물질이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단 관계자들과 악취 저감 대책 회의를 열었다“고 말했다.

◇ 전문가 ”악취 발생 즉시 관측할 시스템·장비 필요“

전문가들은 악취 원인을 신속·정확히 파악하고 시민의 불안감을 줄일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악취는 일단 사라져 버리면 원인을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김형근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악취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 주민에게 간이 대기측정기를 보급해 곧바로 대기 중 화학물질 농도 등을 측정할 수 있도록 하고, 바람의 방향 등을 확인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화학단지가 자리한 울산의 특성을 고려해 실시간으로 악취 종류와 양을 정확히 측정하고 분석하는 가스크로마토그래피나 질량 분석기 등 정밀장비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성득 UNIST(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악취는 대기 상태, 풍향, 기온 등 여러 요소에 영향을 받을뿐만 아니라 다양한 화학물질이 섞여서 나는 경우가 많다“며 ”정밀장비가 1대에 5억∼6억 원씩 하는 등 고가이지만 지역 특성상 도입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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