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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ICT 정부 조직이 바로 서야 하는 이유/이성엽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ICT 정부 조직이 바로 서야 하는 이유/이성엽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16-07-17 22:10
업데이트 2016-07-1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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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성엽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근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보통신기술(ICT) 정부 조직과 구성원인 공직자들이 연일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단말기유통법상 지원금 상한 폐지를 둘러싼 해프닝, 모 통신기업의 케이블 기업의 인수와 관련된 부처 간 정책 엇박자에다 일부 미래부, 방통위 공무원의 부적절한 처신이 문제가 되고 있다. 왜 이렇게 갑자기 여러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것일까. 우선 ICT 정책 역량의 부족이나 공직자 개인의 비위, 일탈이 이유겠지만 그 외에도 미래부가 창조경제의 중심 부처로서 이번 정부에서 가지는 상징성 때문에 국민과 언론의 관심과 기대의 대상이 돼 왔는데, 3년이 지난 이제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ICT 전담 부처였던 정보통신부를 폐지하고 ICT 정책 기능을 여러 부처로 분산하는 분산형 ICT 정책추진 체계를 채택했다. 다만 방송통신이 융합하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통합해 방송통신위원회를 설립했다. 2013년 출범한 현 정부는 분산형 ICT 정책추진 체계에서 나타난 ICT 산업성장 둔화 등에 대한 대책으로 여러 부처의 ICT 기능을 총괄하는 집중형 독임제 ICT 부처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이는 결국 과학기술부와 옛 정보통신부의 기능이 합쳐진 미래부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한편 기존 방통위는 지상파, 보도, 종합편성 등 정책 및 규제업무 등을 수행하고 그 외 방송통신 정책 및 진흥 업무는 미래부로 이관했다.

ICT 정부 조직이 바로 서야 하는 이유는 당면하고 있는 고용 없는 성장, 청년 실업,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ICT가 가지는 유용성 때문이다. 우리는 ICT 네트워크, 디바이스, 콘텐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 SNS, O2O 등의 ICT 디바이스와 플랫폼을 통해 혁신적 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상품화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종국적으로는 경제 운영의 패러다임 모방·응용을 통한 추격형 성장에서 벗어나 국민의 창의성에 기반한 선도형 성장으로 전환하는 데도 ICT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ICT 산업은 수출 주력 산업으로서 경제성장을 주도했지만 최근 미국의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를 중심으로 한 세계시장 석권,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 기술력 있는 중국 기업의 추격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미래부와 같은 집중형 ICT 정책추진 체계의 필요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드론, 자율자동차, 원격의료, 인공지능 등의 신기술을 전통 부처에서 담당하는 경우 기술적 전문성 부족도 문제지만 같은 부처 소관의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에 막혀 정책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 국가의 혁신과 성장을 견인하는 ICT 기반 신기술과 서비스에 대해서는 집중형 ICT 정책 기관이 정책, 예산의 주도권을 가지면서 관련 부처와 협력하는 거버넌스를 가져야 글로벌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다만 ICT 정부 조직도 그간의 성과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통해 새롭게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 막대한 예산과 인허가, 과징금 부과 등 규제 권한을 가진 조직으로서 진정으로 국민과 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왔는지, ICT 산업 성장이나 국민의 만족도 제고 등 실질적인 성과는 있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관할권 확대나 실적 쌓기용으로 다수의 진흥법제를 추진한 것은 아닌지도 살펴봐야 한다. 지금도 기술별, 산업별로 넘쳐나는 진흥법제는 당초의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규제가 포함되면서 실제로는 진흥이 아닌 규제법이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신기술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정부의 비개입, 비법제화 원칙을 견지해 산업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법제화는 정부 정책의 최종 목표가 아니며, 오히려 기술, 시장, 산업, 정책의 영역을 확대하고 법의 영역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 여야 추천 위원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관인 방통위가 방송의 공익성, 독립성이라는 가치와 ICT 산업 활성화라는 목표를 조화롭게 추구해 온 것인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ICT 정부 조직은 우리의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부처다. ICT 정부 조직이 흔들린다는 것은 우리의 미래 계획과 준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6-07-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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