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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세 일왕 “수년 내 왕세자에 양위”… 이례적 생전 퇴위

82세 일왕 “수년 내 왕세자에 양위”… 이례적 생전 퇴위

이석우 기자
입력 2016-07-13 22:22
업데이트 2016-07-13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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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 “왕위계승 조율 중” 보도…장남인 나루히토 승계 1순위

평화 신념… 아들 없는 게 약점
우익들은 차남 후미히토 원해


1989년 이후 재위 28년째인 아키히토 일왕이 생전에 퇴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키히토 일왕은 앞으로 수년 내 왕위를 물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 같은 입장을 주변에 밝히면서 조율을 진행하고 있다고 NHK가 13일 궁내청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1933년생으로 올해 만으로 82세의 고령이다. 일왕의 후계는 왕위계승 1위인 장남 나루히토(56) 왕세자가 승계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일왕은 “헌법에 정해진 (국가의) ‘상징’으로서의 의무를 충분히 감당할 사람이 덴노(天皇·일왕)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며 “연로한 자신이 공무를 대폭 줄이거나 대역을 세워 가며 일왕 자리에 머무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NHK는 소개했다.

일본에서는 아키히토 일왕의 선친인 쇼와 일왕까지 124대 일왕 중 절반 가까이가 생전에 왕위를 물려줬지만 에도 시대 후기의 고가쿠 일왕(1780∼1817년 재위)을 마지막으로 최근 200년 동안은 왕이 생전에 왕위를 물려주는 양위(讓位)는 없었다.

쇼와 일왕의 장남으로 1933년 12월 태어난 아키히토는 11세에 일본의 패전을 지켜본 뒤 전후 부흥기에 청춘시절을 보냈다. 25세 때인 1959년 미치코 왕비와 결혼해 세 자녀를 낳았고, 1989년 쇼와 일왕이 사망한 뒤 즉위해 연호 헤이세이(平成) 시대를 열었다.

그는 스트레스성 위염과 십이지장염에 이어, 2003년 전립선암 수술, 2012년 2월 협심증 증세에 따른 관상 동맥 우회 수술을 각각 받았지만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4일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특별전에 참석한 아키히토 일왕을 영접했던 주일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은 “건강하고 활기가 있었고, 말씀도 잘하셨다”고 전했다.

계승 1순위는 장남이며 왕세자인 나루히토지만 뒷이야기가 없지도 않다. 일본 보수 우익들이 둘째 아들인 아키시노 노미야(후미히토)를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평화헌법을 개정해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가 되려면 아키시노 노미야가 적임자라는 것이다.

반면 나루히토 왕세자는 개혁적이고 소탈한 데다 아버지 아키히토 일왕처럼 평화주의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 앞서 아키히토 일왕을 대신해 왕실 외교 업무도 맡아 오고 있는 등 외교업무에 경험도 많다. 일왕이 갑상샘암 수술 등으로 입원했던 시기에도 공무를 대행하기도 했다.

나루히토 왕세자는 마사코 왕세자비와 딸인 아이코(15)를 두고 있는 등 아들이 없다는 약점도 있다. 일본 왕실법은 여성이 계승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왕위 계승 순서는 나루히토 왕세자, 차남인 아키시노 노미야 왕자, 아키시노 노미야 왕자의 아들인 히사히토(10)순으로 돼 있다.

현재 일본 왕실은 일왕과 왕족 20명으로 이뤄져 있다. 여성 왕족이 일반인과 결혼하면 왕족 신분을 잃게 돼 왕실 규모가 줄고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6-07-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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