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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 미술품 위작 막으려면 ‘작품거래이력제’ 도입해야/서성록 안동대 미술학과 교수·미술평론가

[In&Out] 미술품 위작 막으려면 ‘작품거래이력제’ 도입해야/서성록 안동대 미술학과 교수·미술평론가

입력 2016-07-12 22:46
업데이트 2016-07-12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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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의 잇단 위작 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진위 공방, 이우환 화백의 작품 진위 논란으로 미술계가 불신의 나락으로 떨어진 느낌이다. 게다가 위작자는 잡혔는데 정작 이우환 화백은 ‘전부 진품이 맞다’고 하니 여간 혼란스럽지 않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져 난감하기 짝이 없지만 이 역시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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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록 안동대 미술학과 교수·미술평론가 연합뉴스
서성록 안동대 미술학과 교수·미술평론가
연합뉴스
때마침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일 미술시장의 유통 시스템을 점검하고 대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두 번째 정책토론회를 마련하였다. 이번에는 우리보다 감정문화가 발달한 프랑스와 미국의 감정전문가들을 초청해 그들의 경험 사례를 들을 수 있었다.

첫 발제자 장 미셀 르나르는 프랑스의 경우 1981년 마르쿠스 시행령을 시행하면서 위작 유통 문제가 크게 개선되었다고 했다. 미술시장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골자로 하는 이 법안이 제정된 이후 판매자는 구매자에게 작품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작품 거래의 신뢰도를 높이게 되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프랑스에서는 작품을 사고팔 때 ‘작품거래이력’과 영수증, 진품확인서 등을 고객에게 건네주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할 시 법적인 제재를 받게 된다.

이 중 판매자, 구매자, 가격정보, 상세한 작품내역 등이 담긴 ‘작품거래이력’은 작품의 진위를 가를 때 요긴한 자료로 사용된다. 어떤 사람이 위작을 만들었을 경우 그것은 아무런 이력을 갖지 못한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밝힘으로써 ‘작품의 궤적’을 추적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국내에도 ‘작품거래이력제’가 있었더라면 이번처럼 안타까운 사건까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예술법 전문 변호사 알렉시스 푸놀은 전작도록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 도록은 한 작가의 작품들을 연대순으로 나열하고 연도, 매체, 크기, 출처 또는 연보, 참고문헌, 전시 기록이나 작품의 상태와 같은 필수적인 부분들을 포함하고 있다. 전작도록 자체도 “사람에 의해 기록되므로 실수하는 경향이 있지만”(푸놀) 그것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 크다. 실제로 해당 전문가나 연구팀에 의해 발간된 전작도록과 그 안에 실린 도판은 작품에 관한 일체의 정보를 담고 있기에 진위의 판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간 ‘성장주의’에 급급해 작가연구 등을 소홀히 해온 미술계가 성찰해볼 대목이며, 지금부터라도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화랑과 경매의 겸업 금지, 국가미술품감정연구원 설립, 공인 감정사, 미술품 유통 전산망 가입, 위작자 및 유통자에 관한 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법제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규제의 카드를 꺼내든 정부의 단호한 입장과 미술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타당한가 하는 입장이 맞서고 있는 양상이다. 한 명의 ‘진위감정가’를 키우는 데 수십년 걸리는 것을 단 몇 개월 만에 해내겠다는 제안에서는 조급함마저 느껴진다. 곳곳에 허술한 부분이 눈에 띄는 만큼 정부에서는 충분한 현장의견을 들어 빈틈없이 추진해가야 할 것이다.

초점은 실추된 미술시장의 신뢰 회복에 달려 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트러스트’에서 ‘신뢰’라는 무형의 가치를 사회번영을 가져다주는 ‘사회적 자본’이라고 기술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신뢰’가 형성되지 못한다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대가를 지불하는 저신뢰 국가의 폐해를 답습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참에 미술계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신뢰받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
2016-07-1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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