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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효율성 제고 노력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학습효율성 제고 노력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박현갑 기자
박현갑 기자
입력 2016-07-08 08:37
업데이트 2016-07-0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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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광주교대 총장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광주교대 총장
학습효율성 지수란 PISA 점수를 평균 학습시간으로 나눈 수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PISA 2006’ 성적 기준 우리나라 만 15세 학생들의 학습효율성지수는 OECD 30개 회원국 중 24위이다. 우리 학생들의 주당 학습시간은 69시간 30분으로 핀란드(38시간28분)보다 30시간 이상 많다.

PISA 2012 수학 학업 성취도 기준 학습효율성 지수에서도 우리나라는 OECD 34개국 중에서 꼴찌를 차지했다. 이 정도면 우리 사회가 우려할만하다. 학습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으로 선행학습 금지, 교수학습법 개선, 주말학원과외 금지, 입시제도 변경 등을 시도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약간의 효과는 있겠지만 큰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2008년부터 해온 노력이 무색하게 통계청의 생활시간 조사에 따르면 2014년 주말 공부시간은 5년 전인 2009년에 비해 중학생은 42분, 고등학생은 30분 늘었다. 쉼 없이 책상 앞에 앉아있고 싶어 하는 학생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고통스러워하면서도 학생들이 책상 앞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비효율성을 뻔히 알면서도 부모와 선생님들이 자기 자녀와 학생들에게는 더욱 열심히 공부하도록 닦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습비효율성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국가별 학습효율성 지수를 비교해본 결과, 재미있는 흐름을 발견했다. 드러난 흐름 중의 하나는 아시아 국가 학생들의 학습효율성이 낮고, 북유럽 국가 학생들의 학습효율성은 높은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국가별 주당 학습 시간 평균을 보면 최상위 4개국은 모두 아시아 국가이다. 반면 최하위 5개국은 모두 북유럽 국가들이다. 즉, 아시아국가 학생들은 수학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반면 북유럽 국가 학생들은 최소한의 시간만 투자하고 있다(구체적인 내용은 http://me2.do/xqrH1s7O 참고).

또 다른 흐름은 수학성적 최상위 집단은 전반적으로 학습효율성 지수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는 공부 잘하는 국가 학생들에게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핀란드는 한때 공부도 잘하고 학습효율성도 높았으나 이제는 성적이 낮아지고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수학성적 최상위 국가의 학습효율성 지수가 낮은 것은 당연한 귀결인데 이를 대폭 높이고자 하는 정책을 집행하면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우리 사회가 시도하고 있는 학생들의 학습시간을 줄이는 정책이 성공한다면 수학성적은 최상위권을 벗어나 심할 경우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 아직은 정부의 시도가 성공하지 못한 탓에 아직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까지 나서서 무의미한 반복학습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음에도 불구하고 역으로 학생들의 공부시간이 늘어만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적인 원인은 입학정원이 정해져 있어서 수학능력과 무관하게 정원만큼만 뽑아야하는 대입제도 때문이다. 우리 대입제도는 모든 것을 점수화하여 최종적으로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운 후 때로는 총점기준 0.1점 차이로 합격 여부가 결정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을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는 한 문제라도 실수하지 않기 위해 끝없는 반복학습을 하고 또한 시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입제도 개선을 통해 학습효율성을 높이기는 어렵다. 핀란드의 경우 입학전형 요소가 복잡하고, 수능은 주관식 서술형 위주이며, 대학별 본고사에는 난이도가 높은 논술문제가 출제된다.

더 큰 원인은 우리나라 대입 총점에서의 0.1점은 대학 합격 여부만이 아니라 미래에 학생들이 원하는 좋은 직업을 갖게 될 것인지 여부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실력주의가 극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나라 대입시험이 갖는 의미가 북유럽 국가들과는 사뭇 다르다. 설령 좋은 직업을 갖지 못하더라도 유럽복지국가처럼 삶의 질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좋은 직장 취직 여부에 그렇게 민감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좋은 직업을 갖지 못하면 삶의 수준에서 차이가 나는 정도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자신의 실력이나 공부에 대한 흥미 여부에 관계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책상머리에 앉아 버티거나, 부모와 학교의 요구에 따라 버티는 시늉을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도 극도의 불안감 때문에 지속적인 반복학습을 할 수밖에 없다. 이는 학습효율성을 크게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력주의사회의 그림자를 옅게 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 한 교육개혁을 통한 학습효율성 제고 노력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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