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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불로장생의 비약은 현대과학에 있다?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불로장생의 비약은 현대과학에 있다?

송혜민 기자
입력 2016-07-01 17:36
업데이트 2016-07-0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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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하지 않는 ‘인간 불멸의 꿈’

인간은 오래전부터 불로장생, 즉 불멸을 꿈꿔 왔다. 불로장생과 불멸은 오래 사는 것에서 더 나아가 육체의 영존 혹은 정신의 영생을 의미하며, 인간은 이를 이루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부터 극악무도한 방법까지 가리지 않고 찾아 헤맸다. 인간의 근원적 소망과도 같았던 불멸의 꿈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났는데, 육체의 불멸과 정신의 불멸이 그것이다. 신화와 종교에서 시작된 불멸의 꿈은 시간이 흐르면서 의학을 도구로, 이제는 의학을 포함한 과학을 도구로 현실화되는 과정에 있다.

불로장생 및 불멸은 수천 년을 이어 온 인간의 오랜 열망이다. 과학기술이 과연 인간의 이 근원적 소망을 이뤄줄 수 있을까. 영화 ‘매트릭스’ 캡처
불로장생 및 불멸은 수천 년을 이어 온 인간의 오랜 열망이다. 과학기술이 과연 인간의 이 근원적 소망을 이뤄줄 수 있을까. 영화 ‘매트릭스’ 캡처
●고대 이집트·중국 진시황 ‘육체의 불멸’ 꿈꿔

그리스 신화와 중국의 도교 등 고대 종교나 철학에서는 대부분 육체의 불멸을 꿈꿨다. 육체가 존재해야 비로소 정신도 존재한다는 것이 불멸의 전제였던 것이다. 국가별로 불멸과 관련된 주요 역사를 보유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이집트의 피라미드 및 미라와 ‘불로장생의 화신’으로도 여겨지는 중국 진시황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죽음이란 곧 잠시 사후세계를 여행하는 것으로 여겼다. 사후 세계 여행이 끝나면 다시 돌아와 영생을 누린다고 믿었기 때문에 시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미라를 만들었다. 파라오의 영원한 생명을 위해 육신이 썩지 않도록 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모든 생명체를 포함한 자연의 섭리인 ‘부패’를 막기 위한 노력이 더해졌다. 피라미드 역시 파라오의 영생을 위한 ‘집’으로 활용돼야 했기에 내부에는 파라오가 사후 세계 여행 후에 활용할 수 있는 각종 생활도구 및 그의 몸종들이 함께 매장됐다.

중국 진시황(BC 259~BC 210)은 자신이 세운 제국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영원불멸할 것을 믿고 희망했다. 연나라 출신의 노생에게 불로장생의 영약을 구해 오게 하는 한편 어린 아이 수천 명을 이끌고 불로초를 구해 오도록 명령하기도 했다. 그의 신하가 불로초를 얻기 위해 들른 곳 중 한 곳이 제주도라는 전설과도 같은 얘기는 익히 알려져 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러시아 출신의 메치니코프(1845~1916) 박사가 ‘생명연장의 꿈’이라고도 불리는 유산균 및 면역학의 기초를 세우면서 육체적·의학적 측면의 불로(不老)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이러한 미신과 신화, 종교에서 출발한 불로장생의 열망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더욱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그리고 탈육체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다.

●현대, 시신 냉동보존 등 ‘정신의 영생’ 기술 개발

육체의 불로불사를 꿈꿨던 과거와 달리 과학의 발전으로 사람들은 육체가 버릴 수밖에, 버려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노화는 평균 26세부터 시작되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세포분열이 불가능해지면서 결국 생명이 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명과학자들은 대체로 이 시기를 120세로 보고 있다.

이에 인간은 현대과학을 이용해 더욱 구체적인 ‘불멸의 현실화’를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이것은 고대와 유사하게 인간의 신체 일부 또는 전체를 미라보다 훨씬 과학적인 방법으로 보존하는 한편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의 영생을 위한 기술 개발 등을 포함한다.

예컨대 미국 애리조나 주의 앨코 생명재단은 법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은 이들의 시신을 액체질소를 활용해 냉동 보존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현재 이곳에는 시신 또는 뇌 147개가 냉동 보존돼 있으며, 이들은 먼 훗날 과학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부패가 발생하지 않은 시신에 생명을 불어넣어 ‘회생’이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이러한 불멸 혹은 회생의 열망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역시 뇌다. 냉동 보존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뇌의 신경망을 고스란히 보존한 뒤 이를 컴퓨터에 옮기면 죽어도 죽지 않은 삶의 영위가 가능하다는 것이 미래학자들의 주장이다.

●가상현실을 통한 회생, 실존 둘러싼 윤리적 논란도

정신을 통한 불멸의 현실화는 장자의 호접몽을 연상케 한다. 생각이 몸의 주인인지, 몸이 생각의 주인인지가 혼란스럽다. 특히 가상현실을 통한 회생 또는 불멸은 가상현실과 그 안의 인물을 ‘실존’한다고 인정해야 하는지 아닌지를 둔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과학의 발전으로 미신이나 신화가 아닌 이전보다 더욱 냉철한 이성적 사고가 가능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스스로 불멸의 꿈에서 깨어나지 않길 바라는 것은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을 조금 더 오래 보고 싶은 마음, 녹록지 않은 현실이지만 그래도 살아 보고자 하는 희망 때문일 것이다. 수천 년을 이어온 인간의 오래된 꿈이 이뤄질 날,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huimin0217@seoul.co.kr
2016-07-0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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