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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점 모두 내 작품 확실…경찰, 4점은 가짜로 하자 해”

“13점 모두 내 작품 확실…경찰, 4점은 가짜로 하자 해”

함혜리 기자
입력 2016-06-30 18:22
업데이트 2016-07-0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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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작 논란’ 이우환 작가, 경찰 회유 시도 주장… 양측 이견 커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

경찰 “이 화백 주장은 거짓말
본대로 감정해 달라 설득”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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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화백이 30일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위작 판정을 내린 13점 모두 자신이 그린 진품이라는 입장을 재차 주장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이우환 화백이 30일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위작 판정을 내린 13점 모두 자신이 그린 진품이라는 입장을 재차 주장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위작 논란을 둘러싼 이우환 작가와 경찰의 진실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이우환(80) 화백은 30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위작으로 의심받고 있는 13점의 그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결과 내 작품이 틀림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화백은 특히 질의응답 중에 “경찰이 4점은 위작자가 그린 것이니 가짜라고 하고, 다른 것은 진짜라고 하고 넘어가자는 말을 했다. 어떻게 내가 내 그림을 아니라고 말하는가”라며 경찰이 회유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회유한 사실은 절대 없다. ‘혹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게 작가로서의 권위 때문입니까. 소신대로, 보신대로 감정해 주십시오’라고 설득했던 것이 전부”라며 “이 화백이 거짓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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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K옥션에 출품됐던 1978년작 ‘점으로부터 No.780217’에 첨부된 위조 감정서.
지난해 말 K옥션에 출품됐던 1978년작 ‘점으로부터 No.780217’에 첨부된 위조 감정서.
이 화백은 기자회견에서 “13점의 그림들은 저만의 호흡, 리듬과 색채로 그린 작품으로 작가인 제가 눈으로 확인한 바 틀림없는 저의 그림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생존 작가가 있는 상황에서는 생존 작가의 의견이 우선시돼야 하고,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경우에도 통용되는 일종의 상식임에도 경찰은 이를 무시하고 자격이 불확실한 감정위원들과 국과수에 먼저 감정을 의뢰하고, 더구나 확인하기도 전에 감정 결과를 언론에 발표하는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 경찰 출두가 이목을 집중시킨 이유는 작가가 생존해 있는 경우 진위 판단에서 작가의 의견을 우선 존중한다는 관례 때문이었다. 감정서가 없는 작품일 경우 ‘작가 확인’이 진품임을 입증하는 문건으로 영향력을 가진다. 경찰이 위작이라고 한 작품 중 1점에 작가 확인서가 첨부돼 있는 것과 관련, “직접 보고 확인서를 써 주었다. 직접 보지 않고 확인서를 써 준 것은 한 점도 없다”고 말했다. 유리가루가 위작 추정 작품에서 발견됐다는 국과수의 감정 결과에 대해서는 “위작을 한다는 젊은 친구의 영상과 그림 그리는 것을 봤다. 위조했다는 사람은 솜씨는 좋지만, 내 그림은 아니다. 국과수의 과학적 분석도 잘 모르겠다. 국과수의 분석표는 그럴듯해 보인다. 그건 누가 만들었느냐?”고 반문했다.

이 화백의 작품인 것처럼 위조됐다는 의혹을 받는 그림들은 위작 유통 및 판매책이 보관한 8점, 일반인이 구매한 4점, 미술품 경매에 나왔던 1점 등 총 13점이다. 지난해 말 K옥션에 출품됐던 1978년작 ‘점으로부터 No.780217’의 경우 첨부된 진품 확인 감정서가 3개의 감정서를 짜깁기해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화백은 이 작품에 대해 “표면을 지나치게 닦아 내긴 했지만 내가 그린 것은 맞다. 하지만 뒤편의 사인은 내가 한 것이 아니었다. 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가짜 감정서를 만들어 첨부한 이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양측 누구도 주장을 접지 않는 한 진위를 둘러싼 공방은 지속될 전망이다. 천경자 ‘미인도’ 사건에 이어 또 다른 미제 사건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정준모 미술비평가는 “작가가 자신의 작품 감정에 개입함으로써 학술적인 토론과 의견 개진을 어렵게 만들고, 진위 두 의견이 영원히 대립되는 영구 미제의 사건이 하나 추가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이 화백의 위작 그림들을 유통한 총책 이모(68)씨에 대해 사서명 위조 및 사기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골동품 판매상인 이씨는 이 화백의 그림을 위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현모(66)씨와 위조화가 A(39)씨에게 이 화백 그림을 위조해 달라고 의뢰한 장본인이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6-07-0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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