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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이 권력이 되는 세상…그가 상상한 미래가 왔다

지식이 권력이 되는 세상…그가 상상한 미래가 왔다

김규환 기자
입력 2016-06-30 22:36
업데이트 2016-07-01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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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세로 타계한 앨빈 토플러가 남긴 것

“변화는 삶에 필요한 요소가 아니라 삶 그 자체이다.”

인류 사회의 변화를 짚는 앨빈 토플러의 통찰은 수많은 이들에게 나침판 역할을 했다. 사진은 그가 2005년 9월 한국을 방문해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과 미래에 대해 의견을 밝힐 당시 모습. 토플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멘토로 활약했으며, 한국이 처한 경제·사회적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 한국과 각별한 관계를 맺어 왔다.  연합뉴스
인류 사회의 변화를 짚는 앨빈 토플러의 통찰은 수많은 이들에게 나침판 역할을 했다. 사진은 그가 2005년 9월 한국을 방문해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과 미래에 대해 의견을 밝힐 당시 모습. 토플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멘토로 활약했으며, 한국이 처한 경제·사회적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 한국과 각별한 관계를 맺어 왔다.
연합뉴스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뜬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뛰어난 통찰력으로 현대 사회의 변화 방향을 제시해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었다. 토플러가 부인과 함께 설립한 컨설팅회사인 ‘토플러 어소시에이츠’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자택에서 그가 영면했다고 29일 밝혔다. 그의 사인은 밝히지 않았다.

●‘제3의 물결’ ‘권력이동’ 등 저서로 미래 예측

토플러는 ‘미래의 충격’, ‘제3의 물결’, ‘권력이동’ 등 10여권의 저서를 통해 인류 사회가 제조업 기반 경제(육체노동)에서 지식과 데이터 위주(지식노동)의 사회로 이동해 갈 것을 예측했다. 미래 사회상을 전망한 ‘제3의 물결’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는 이 책에서 인류가 제1의 물결인 농업혁명, 제2의 물결인 산업혁명을 거쳐 제3의 물결인 정보화 혁명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함으로써 지구촌에 큰 반향을 이끌어냈다. ‘권력이동’에서는 세계는 ‘폭력’이라는 저품질 권력에서 ‘돈’이라는 중품질을 거쳐 ‘지식’이라는 고품질 권력으로 이동한다고 정의했다.

●세계 지도자와 교류… DJ 햇볕정책에도 영감 줘

토플러는 특히 세계 정치 지도자들과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국가 통치철학과 경영비전을 제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의 멘토 역할을 했다. 1998년 청와대에서 토플러와 의견을 나눈 김 전 대통령은 그의 ‘남북한의 평화 통일을 위한 기초 이론’을 받아들여 훗날 ‘햇볕 정책’의 토대로 삼았다.

2001년 한국 정부로부터 의뢰받아 ‘21세기 한국비전’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에 대해 쓴소리도 했다. 토플러는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간을 허비하는’ 교육 풍토는 아직 바뀌지 않고 있다. 자오쯔양은 1980년대 초 공산당 지도부의 일부 반대를 무릅쓰고 ‘제3의 물결’ 판매금지를 해제했다. 이후 이 책은 중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돼 개혁·개방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1986년 토플러 연구 모임을 만들어 소련의 첫 비정부기구(NGO)로 등록했다. 세계 4위의 부자인 멕시코의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 회장도 경영전략 구상에 토플러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961년에는 IBM을 위해 컴퓨터가 사회 및 조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썼으며, AT&T에 분사를 조언하기도 했다.

1928년 미국 뉴욕에서 출생한 토플러는 뉴욕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했다. 사회운동에 대한 열망이 높았던 그는 대학을 중단하고 1950년 클리블랜드로 이주해 알루미늄 제조 공장에 취직, 용접공으로 5년간 일했다. 현장 경험을 살려 신문사 노동전문 기자로 활약하다가 백악관을 취재하기도 했다. 그의 아내 하이디 토플러 역시 작가이자 미래학자로 글로벌 트렌드에 대한 집필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2016-07-0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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