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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경찰이 13점 중 4점만 위작으로 하자고 해”

이우환 “경찰이 13점 중 4점만 위작으로 하자고 해”

입력 2016-06-30 17:53
업데이트 2016-06-3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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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위작 판정 거듭 부정…“틀림없는 내 그림, 누구도 베낄 수 없다”

위작 논란에 휩싸인 이우환 화백(80)이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위작 논란이 제기된 13점의 그림에 대해 “틀림없는 제 그림”이라며 이 작품이 자신의 작품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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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작 논란에 휩싸인 이우환 화백이 3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 코스모스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발표하며 안경을 벗고 있다.2016. 6. 30.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위작 논란에 휩싸인 이우환 화백이 3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 코스모스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발표하며 안경을 벗고 있다.2016. 6. 30.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이 화백은 특히 자신이 전부 진작이라고 감정하자 경찰이 “13점 중 4작만 위작으로 하자”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이 화백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만의 호흡, 리듬, 색채로 그린 작품으로서 작가인 제가 눈으로 확인한 바 틀림없는 저의 그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호흡이나 리듬은 지문과 같다”면서 “이것은 그 누구도 베낄 수 없다. 제3자는 아무리 잘해도 들쑥날쑥하고 어설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작가는 보면 1분도 안 돼서 자기 것인지 아닌지 느낌이 온다. 특히 내 그림은 너무나 단순해서 내 손을 거치지 않으면 금방 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날 경찰 출석 후 위작 논란이 제기된 작품에 대해 ‘진품’이라고 밝힌 그는 하루 전 경찰에 처음 출석했을 당시 작품을 보고 곧바로 자신이 그린 진작임을 알았지만 혹시 모를 가능성 때문에 한번 더 경찰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찰이 처음에는 전부 위작이라고 하더니 (내가 모두 진품이라고 하자) 변호사를 내보내고 ‘그러면 4점만 위작으로 하고 나머지는 진작으로 합시다’라며 떼를 썼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화백은 “자기 자식이 죽고 없는 걸로 하라는 말 아니냐. 그럴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화백의 이런 주장은 13점의 작품에 대해 위작 판정을 내린 경찰이 이 화백을 대상으로 일부만 위작으로 하자고 사실상 회유했다는 주장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이 화백은 “함정에 빠진 것 같다”며 “국가 권력과 맞서게 된 상황인데 객관적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화백은 경찰의 조사 방식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경찰이 위작으로 지목한 작품을 눈으로 확인할 기회를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는데도 수사가 시작된지 1년여가 지난 시점에서야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다.

이 화백은 “생존작가가 있는 상황에서는 생존작가의 의견이 우선시돼야 하고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통용되는 일종의 상식”이라며 “경찰이 이를 무시하고 자격이 불확실한 감정위원과 국과수에 먼저 감정을 의뢰하고 제가 확인하기도 전에 감정결과를 언론에 발표하는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이 화백은 이밖에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해명했다.

일련번호 중복 문제에는 “그때는 너무 가난할 때고 그림이 팔릴 때도 아니어서 번호를 매기지 않았다. 그냥 열심히 그렸을 뿐”이라며 “번호가 두번 세번 겹친 것도 꽤 있고, 내가 아니라 화랑이 매긴 것도 많다”고 말했다.

또 국과수 검사를 통해 위작으로 판명된 작품에선 다른 성분의 물감이 검출됐다는 데 대해서는 “이걸 쓸 때도 있고 저걸 쓸 때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물감 외) 다른 재료는 혼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화백은 경찰이 위작범이 그렸다며 새로 가져온 작품에는 한가지 물감만 사용됐으나 자신은 여러가지 색을 섞어서 사용한다며 이 또한 경찰이 위작이라고 지목한 작품이 진작임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13점 모두 자신이 하듯 여러 색상을 섞어서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 화백은 기자회견 중 “내가 본인이다”, “내가 작가다”, “왜 내 말을 믿지 않느냐”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다만 이 화백은 자신이 직접 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으로 작품의 진위를 검증할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위를 판별할 기준이 될만한 작품이 있는지에 관한 물음에 그는 “기준작이 뭔지는 나도 모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작품의 판매나 유통 경로를 묻는 질문에도 “당시 화랑에 그림을 가져다줬다가 돈도 못받고 사라진 것도 많다”면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찰이 위작이라고 주장하는 13점이 그려진 1970년대 후반에는 일년에 300여점 이상의 작품을 제작해 작품을 일일히 기억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화백은 “내 작품으로 혼란이 빚어져 마음이 아프다. 나 자신도 정말 고통스럽다”면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국을 오며가며 (작품 감정을 위해) 할 수 있는데까지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이 화백은 전시작 설치를 위해 이날 저녁 7시 항공편으로 상하이로 출국했다가 내달 2일 돌아올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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