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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KBS 세월호 보도 개입 파문···“해경 비판 말라” 녹취록 공개(영상)

이정현, KBS 세월호 보도 개입 파문···“해경 비판 말라” 녹취록 공개(영상)

오세진 기자
입력 2016-06-30 15:57
업데이트 2016-06-3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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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수석 시절 KBS 보도국장에 두차례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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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발생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을 맡았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 서울신문DB
세월호 참사 발생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을 맡았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 서울신문DB


세월호 참사 발생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58) 새누리당 의원이 해양경찰의 부실 구조 등을 지적한 KBS의 보도국장에게 직접 전화해 언성을 높이며 해경 비판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녹취록이 처음 공개됐다. 사실상 청와대가 보도 내용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정부의 ‘언론 통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자유언론실천재단 등 7개 시민단체는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의원)이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13분 길이의 이 녹취록에 따르면 이 홍보수석은 2014년 4월 21일 밤 10시쯤 김 전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식으로 지금 국가가 어렵고 온 나라가 어려운데 지금 이 시점에서 그렇게 그 해경하고 정부를 두들겨 패야지 그게 맞습니까?”라면서 격앙된 목소리로 KBS 보도 내용을 비판했다.



그날 KBS는 세월호가 침몰한 직후 구조 활동과 사고 수습을 제대로 하지 못한 해경을 비판하는 뉴스를 보도했다. 이 중에는 해경이 가라앉는 세월호 안에 있는 승객들에게 탈출 명령을 내리지 못한 일을 지적하는 뉴스가 있었다.

이 홍보수석은 “지금 그런 식으로 9시 뉴스에 다른데도 아니고 말이야, 이 앞의 뉴스에다가 지금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그런 식으로 내고 있잖아요”라면서 “지금은 뭉쳐가지고 해야지 말이야 이렇게 해경을 작살을 내면은 어떻게 일을 해나가겠습니까”라고 따졌다.

그는 또 참사 당시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은 선장과 선원들에게 책임이 있다면서 “선장이고 뭐고 간에 자기들이 더 잘 아는 놈들이 자기들이 뛰어 도망나올 정도 된다 그러면, 그 정도로 판단됐으면 거기서 자기들(선장과 선원)이 해야지 뛰어내려라 (해경이) 명령 안했다고 그래 가지고 거기(뉴스 보도)서 그렇게 합니까?”라고 따졌다. 이 홍보수석은 “이상한 방송들이 하고 있는 것과 똑같이 그렇게 지금 몰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라는 말도 덧붙였다.

같은해 4월 30일 이 홍보수석은 김 전 국장에게 또 한 차례 전화를 걸었다. 그날 KBS는 세월호 침몰 초기에 해경이 민간 구난업체 ‘언딘’(언딘마린인더스트리)의 우선 잠수를 위해 해군 잠수요원들의 투입을 막았다고 보도했다. 당시 국방부는 “상호 간섭 배제를 위해 해경의 통제를 수용했다”는 공식 답변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해경과 군이 부실 구조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홍보수석은 김 전 국장에게 “(해군 구조요원들이) 투입이 돼서 다 일을 했거든. 근데 순서대로 들어갔을 뿐이지. 그 사람들이 영원히 안 들어간 게 아니라(후략)”라면서 관련 뉴스를 다른 뉴스로 교체해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김 전 국장이 “그렇게는 안 된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겠다”고 하자 이 홍보수석은 “한번만 도와줘, 진짜. 요거 하필이면 또 세상에 (대통령님이) KBS를 오늘 봤네. 한번만 도와주시오”라고 관련 뉴스를 빼줄 것을 거듭 사정했다. 정부 부처 간 불협화음을 지적하는 뉴스로 박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내용의 발언이다.

이에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 안위보다는 정권의 안위, 배 안에 남아있던 그 어린 생명들보다는 대통령의 심기를 경호하려고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청와대 홍보수석으로부터 지시를 받으면 검토해야 하는 것이 지금 공영방송의 현주소”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경근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참사 발생 직후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고, 국가를 개조해서라도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겠다고 국민 앞에 선언했다. 만나는 모든 여당 의원, 장관, 청와대 사람들마다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면서 “하지만 정작 이 사람들은 속으로 정부는 책임이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드러나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유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필요한 정보와 경험들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이제 정말 용기있게 나서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전 국장이 당시 이 홍보수석과의 내용을 녹음한 이유는 당시 보도국 부국장 2명과 편집담당 간부 4명이 같이 있는 자리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소리를 지르니 옆의 한 간부가 ‘어떤 사람이 KBS 보도국장에 소리를 지르느냐, 녹음하시라’고 말해 녹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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