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베일에 싸인 ‘공매도 세력’의 정체가 드러날 전망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판단한 주식을 빌려서 팔고 주가가 실제 떨어졌을 때 사서 되갚는 투자 기법이다.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로 활용한다. 거꾸로 주식이 올랐을 때는 비싸게 사서 갚아야 해 손해가 난다. 금융감독원은 개정된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맞춰 공매도 공시 제도를 시행한다고 30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개인 또는 법인이 특정 종목 주식 발행 물량의 0.5% 이상을 공매도하면 금감원에 현황을 보고해야 한다. 보고 시한은 보고 의무 발생 시점으로부터 사흘 내다.

한국거래소는 금감원에서 해당 자료를 넘겨받아 장 마감 후에 공시하게 된다. 새 제도에 따른 첫 공시는 의무 발생일인 이날부터 3거래일 후인 7월 5일 이뤄진다.

시가총액 상위주의 공매도 현황을 파악하는 데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물량 비중이 0.5%가 되지 않아도 공매도액이 10억원을 넘으면 공시 대상이 된다.

이와 함께 공매도 비중이 0.01% 이상이면서 금액이 1억원 이상이거나 비중에 상관없이 공매도 금액이 10억원을 넘으면 공시대상은 아니지만 투자자가 금감원에 종목과 금액을 보고해야 한다.

공매도 비율이 높아지면 오르던 주식은 상승세가 둔화하거나 꺾이고,내리는 주식은 하락 속도가 더욱 빨라지게 된다. 이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은 그간 공매도 금지를 주장하는 편이었다.

공매도를 활용한 롱숏펀드를 주력 상품으로 취급하는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이번 제도 변경으로 투자 전략이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증권사들도 공매도를 이용한 고유자산 운용에 제약이 따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에 관한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공시 대상이 될 정도의 포지션을 계속 가져가는 것에 기관이 큰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