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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金 섞인 물” 23억 사기… 8년 속인 ‘봉이 김선달’

[단독] “金 섞인 물” 23억 사기… 8년 속인 ‘봉이 김선달’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6-06-29 23:00
업데이트 2016-06-30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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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일본 수출할 생수” 속여 투자자 23명 평균 1억씩 뜯어내

“피해액 50억원 넘을 것” 분통

‘금과 은이 섞인 차원이 다른 생수’라며 8년간 투자자들을 상대로 수십억원을 받아 챙긴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덜미를 잡혔다.

서울동부지검은 허위 사실을 이용해 23명의 투자자로부터 23억 8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로 생수 제조 및 유통업체 H사 대표 박모(51)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다음달 초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강수정 판사 심리로 결심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2007년부터 전북 무주군에 있는 약 138만㎡(42만평)의 대지 지하에서 생산되는 물에 금·은 성분 등이 함유돼 있다는 성분 분석표를 보여 주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그는 자신의 생수업체 주식을 사면 가치가 2~3배 올라 큰 이익을 거둘 것이라고 투자자들을 속였고 23명의 투자자는 평균 1억여원어치의 주식을 구입했다.

박씨는 “개발 허가를 받았고 2~3개월 안에 공장 설립 허가도 날 예정이며 지하 250m 깊이에서 국내 최대량인 하루 1125t을 뽑아 올릴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꾀었다. 그는 해당 부지의 일부가 가족 소유인 것을 이용해 투자자들과 부지 견학까지 진행했다. 생수를 생산하면 중국과 일본으로 수출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해당 부지는 2002년 무주군청이 생수 사업을 할 수 없는 땅이라며 사업 승인 반려 처분을 한 곳이었다. 박씨는 2006년 무주군청의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투자를 한 후 3년이 지난 2010년 생수 판매는커녕 공장 설립조차 이뤄지지 않자 피해자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박씨는 “생수 공장을 세우려던 무주 공장 부지가 재판 중이어서 대신 포천시에서 사업을 진행하겠다”며 같은 방식으로 또다시 투자자를 모았다. 이번에는 실제 공장을 세워 대형마트 2~3곳에 납품을 했지만 2011년 매출은 고작 1680만원이었다.

박씨는 생수가 생산되자 투자자들에게 생수 유통 대리점 운영을 요구하며 보증금 명목으로 대리점 한 곳당 1억원을 뜯어냈다. ‘대리점을 열면 영업사원 200~300명을 데려와 일을 시키겠다. 영업이 저조해도 월 1000만원을 지급한다’는 각서까지 썼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박씨의 사기 행각은 2014년 4월 피해자 2명이 서울동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꼬리를 잡혔다. 피해자 A씨는 “박씨가 생수 사업을 명목으로 현금뿐 아니라 토지, 아파트 등을 등기 이전해 가기도 했기 때문에 피해 금액은 50억원이 족히 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6-06-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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