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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차장 떼고 ‘○ ○ ○님’… 삼성의 연공파괴

부장·차장 떼고 ‘○ ○ ○님’… 삼성의 연공파괴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6-06-27 22:50
업데이트 2016-06-28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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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삼성’으로 거듭나기

‘인사혁신’ 내년 3월부터 시행
직급 4단계로·회의 1시간내


이재용 부회장.연합뉴스
이재용 부회장.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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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년 1개월째가 된 이재용 체제의 삼성이 완전히 달라진다. 트레이드 마크인 ‘관리의 삼성’에서 한걸음 더 진화해 ‘효율성’을 강조하는 ‘뉴삼성’으로 거듭난다.

삼성전자는 우선 직급을 전면 없앤다. 호칭도 ‘님’으로 통일한다. 직원 누구나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뿌리 깊은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제도를 직무·역할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점은 현 정부의 ‘노동개혁’과도 일맥상통한다. 삼성의 인사혁신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창하는 ‘스타트업 삼성’의 첫 출발이다.

삼성전자는 27일 직급 체계 단순화와 수평적 호칭을 골자로 한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기존 사원(1·2·3),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 7단계의 직급이 ‘경력 단계’(CL)에 따라 4개(CL1~4)로 줄어든다. 새로운 직급은 급여 등을 주기 위한 인사관리 차원에서 나눈 것일 뿐 임직원 간 서열은 사실상 사라진다. 삼성이 호칭을 ‘OOO님’으로 통일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팀장, 그룹장, 임원 등 보직자를 제외한 모든 직원은 서로 ‘님’이라고 부르게 된다. 바뀌는 인사 제도는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승진 인사도 연차가 아닌 역할 수행 능력에 따라 이뤄진다. 해당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5년, 7년 만에 팀장, 임원으로 올라설 수 있다. 과거처럼 일정 비율을 승진시켜야 되는 부담감이 없어지면서 인사 적체 현상도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승진 누락자는 퇴출 압박에서 벗어나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살려 정년 60세까지 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삼성 관계자는 “앞으로 머리가 희끗희끗한 코딩 개발자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와 보고 문화에도 손을 댔다. 회의 참석자 최소화, 1시간 이내 회의 마무리, 동시 보고 등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속도와 창의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시도”라면서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핵심인 ‘패러독스 경영’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신’보다 ‘성과’…입사 7년만에 임원 될 수 있다

삼성의 장점인 ‘속도’에 그동안 약점으로 꼽힌 ‘창의성’을 더해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변화의 ‘몸부림’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삼성의 ‘깜짝’ 발표에 직원들도 놀라는 분위기다. 직급 체계가 단순화될 것이란 예측은 했지만 아예 사라질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의 대리급 직원은 “부장님한테 ‘님’이라고 하는 게 처음에는 어색할 것 같다”면서도 “회사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뿌듯하긴 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인사 개편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삼성전자는 누적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서구식 연봉 시스템을 적용했다. 당시 삼성은 직급과 호칭도 없애려 했지만 내부에서조차 “우리 문화에서 가능하겠느냐”며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 도입을 보류했다.

그러다 현 정부 들어 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 개편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삼성도 자연스럽게 변화의 흐름에 올라탈 수 있게 됐다. 삼성이 직무 중심으로 인사 평가 시스템을 바꾸면 앞으로 ‘출신’보다는 ‘성과’에 따라 철저하게 보상이 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오랜 차별 논란도 마침표를 찍게 된다는 의미다. ‘평판 사회’의 저자인 유민영 에이케이스 대표는 “실적과 인사, 보수, 감사라는 기존 잣대로 사람을 평가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면서 “협력과 연결의 시대에 문화에서 답을 찾은 것은 삼성이 진일보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사업 재편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미애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혁신이 계속 일어나는 신성장 사업부문에 물적, 금전적 자원이 쏠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성과를 못 내는 기존 사업부는 자연스럽게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인사혁신이 반드시 성공을 담보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수직적 위계질서와 ‘빨리빨리’ 문화에 젖어든 기존 임직원들은 상당수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 교수는 “경직된 분위기에서 성과를 낸 임원들이 얼마나 바뀔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렸다”고 말했다. 유효상 숙명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비즈니스 모델을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전환하지 않으면 절반의 성공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16-06-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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