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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년 전처럼… 거장의 건반, 전우를 울리다

66년 전처럼… 거장의 건반, 전우를 울리다

김상연 기자
김상연 기자
입력 2016-06-24 23:24
업데이트 2016-06-25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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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참전유공자 위로연

피아니스트 세이모어 번스타인 참석
최전방서 자주 쳤던 리스트 ‘위안’ 연주
“김정은에게 피아노 가르치고 싶다”
朴대통령 “자유·평화는 여러분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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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6·25 전쟁 제66주년 기념 국군 및 유엔군 참전유공자 위로연’에 참석, 안상정(앞줄 오른쪽) 6·25참전유공자회 여군회장의 제의에 맞춰 건배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오른쪽엔 유엔군으로 참전했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세이모어 번스타인과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앞줄 맨 왼쪽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 안주영 기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6·25 전쟁 제66주년 기념 국군 및 유엔군 참전유공자 위로연’에 참석, 안상정(앞줄 오른쪽) 6·25참전유공자회 여군회장의 제의에 맞춰 건배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오른쪽엔 유엔군으로 참전했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세이모어 번스타인과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앞줄 맨 왼쪽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 안주영 기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라는 영화를 보면 아무리 음악 문외한이라도 당장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 영화는 피아노 거장 세이모어 번스타인(89)의 자전적 다큐멘터리다. 피아노와 결혼해 일생을 살다시피 하고 피아노를 연주할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는 번스타인은 어릴 적 운명처럼 피아노를 사랑하게 된 순간을 영화에서 밝힌다. “어느 날 밤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를 피아노로 연주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요. 잠에서 깬 어머니가 ‘너 왜 우는 거니’라고 물었고, 나는 ‘엄마, 어떻게 음악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죠’라고 답했어요.”

영화 속 그 번스타인이 24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의 초청으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을 방문했다. 한밤중에 자신이 연주한 음악이 너무 아름다워 눈물을 흘린 천부적 감수성의 소유자 번스타인은 살육의 6·25전쟁에 참전한 군인이었다. 1950년 입대한 그는 1951년 4월부터 1년 6개월간 미 8군 보병으로 6·25에 참전했다.

이날 행사는 ‘6·25전쟁 제66주년 국군 및 유엔군 참전 유공자 위로연’으로, 참전용사와 주한 외교사절 등 500여명이 참석한 자리였다. 6·25 당시 경기도 파주와 연천 등 최전방에서 100여 차례 피아노 공연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에 상처받은 전우들의 마음을 치유했던 번스타인은 이날 66년 만에 옛 전우들 앞에서 다시 한번 피아노를 연주해 감동을 줬다.

번스타인은 연주에 앞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박근혜 대통령님 만나서 영광입니다”라고 인사했다. 이어 “1951년 4월 24일 새벽 5시 30분 인천에 도착한 날은 저의 23세 생일이었는데 이는 한국과 끈끈히 맺고 살라는 계시처럼 여겨졌으며, 동시에 치열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최전선에서의 연주는 두려움에 지친 병사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됐다”면서 “열화와 같은 기립박수와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던 병사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전방에서 군인들을 위해 자주 연주했던 프란츠 리스트의 ‘위안’이란 곡을 이번에 7시간 동안 연습했다”며 ‘위안’을 연주했다. 앞서 이날 오전 번스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에 가서 김정은에게 피아노 연주를 가르치고 싶다”면서 “오직 농구에만 관심을 보이는 김정은이 교화되도록 첫 피아노 레슨을 했으면 한다”고도 했다.

이날 위로연에서 박 대통령은 “피아니스트 세이모어 번스타인 용사님을 비롯한 참전용사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여러분은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얼마나 큰 희생과 헌신을 바탕으로 지켜져 왔는지를 보여 주는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말했다. 위로연에서는 미국 정부 선정 한국전쟁 4대 영웅 중 한 명인 고(故) 김동석 대령의 딸인 가수 진미령(본명 김미령)씨가 ‘아버지께 바치는 편지’를 낭독해 주위를 숙연하게 하기도 했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2016-06-2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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