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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벽지 승진 가산점제도 폐지(무력화) 정책 재고 필요

도서벽지 승진 가산점제도 폐지(무력화) 정책 재고 필요

박현갑 기자
박현갑 기자
입력 2016-06-06 11:07
업데이트 2016-06-0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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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도서벽지 근무 여교사를 상대로 한 성폭력 사태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번 사태 이후 교육부가 여교사들을 도서 벽지 지역에 가급적 신규 발령하지 않는 방안을 교육청과 협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남 교육청은 도서벽지 승진 점수 폐지(무력화)를 통해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서 미래가 걱정이 된다. 늘 그러하듯이 며칠만 지나면 언론에서 더 이상 다루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근본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 또다시 잠재적인 희생자가 생길지도 모른다.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그리고 보다 합리적인 우리교육이 되도록 하기 위해 도서벽지 점수 무력화 논리를 재검토하고자 한다. 나아가 도서벽지 승진점수제도의 효과도 살펴보고자 한다.

도서벽지 점수를 다른 점수로 대체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속적인 주장을 받아들여 전남 중등학교의 경우 도서벽지 점수의 실질적인 효과가 사라졌다. 그 결과 경력 교사가 도서벽지 근무를 기피하여 2016년 도서벽지 발령 교사의 절반 이상이 신규로 채워졌다고 한다.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과거 광주교대는 전라남도에 초등신규교사는 반드시 특정 규모 이상의 대도시나 인근 학교에 배치하여 멘토교사로부터 충분한 지도를 받고, 학교의 흐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였고 전라남도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초등학교도 도서벽지 점수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 현 전남교육감의 소신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신규교사들은 억지로 떠밀려 도서벽지에 근무하게 될 수밖에 없다.

여교사의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도서벽지 점수를 무력화시키고, 신규여교사는 도서벽지에 발령내지 않겠다고 하면 결국은 신규 남교사는 도서벽지에 발령을 받게 되어 전남 근무를 더욱 기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교대는 전남의 지역적 특성을 감안하여 신입생 선발시 ‘한 성이 60%를 넘을 수 없다’는 위헌적 규정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전남의 초등남교사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게 되었다.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남교육청의 2016년 초등 신규 임용 교원 중 여교사 비율은 65%에 달했다.

도서벽지점수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는 도서벽지 점수와 교장이 되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 나아가 도서벽지 점수 혜택으로 실력이 부족한 사람이 교장이 되어 학교경영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 도서벽지 점수 때문에 도서벽지에 근무할 수 없는 여교사들이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 등등이 있다. 일부 교직단체는 근본적으로는 승진제도 자체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또다른 커다란 논쟁을 필요로 하므로 구체적인 논의는 일단 뒤로 미루고 여기서는 도서벽지 점수 폐지 여부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순환근무와 도서벽지 점수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교육 기회균등과 높은 평균학력이라는 성과를 살펴보자.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 교육제도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는 교사의 순환근무제이다. 미국의 경우 한 학교에 교사로 채용되면 스스로 더 나은 조건의 학교를 찾아 떠나기 전에는 평생 그 학교에 근무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소외된 지역의 교사 질과 근무여건 및 급여가 좋은 지역 교사 질은 차이가 무척 크다. 교사 질의 차이가 미국 학교 간에 성적 차이를 가져오는 큰 이유 중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순환근무제를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서벽지 승진 가산점을 비롯하여 몇 가지 혜택을 주고 있어서 유능한 경력교사들이 도서벽지에서 근무하고자 한다. 물론 점수 등의 혜택에만 관심을 갖는 교사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승진을 염두에 둔 교사들은 주어진 일에 열심히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서 도서벽지 근무 기간 동안에도 열심히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튼 도서벽지 점수 제도가 없었다면 그 곳에 근무하지 않았을 유능하고 의욕도 높은 교사들이 도서벽지에 근무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국제학력평가(PISA와 TIMSS)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이유는 잘 알려진 것처럼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의 성적이 높아서가 아니라 못하는 학생들의 성적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서 나타난 결과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소외된 지역 학생들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낮아 평균 점수가 낮게 나타난다. 도서벽지를 포함한 소외된 지역은 새가정(한부모, 조부모나 친인척, 다문화가정 등등)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부모의 교육열은 상대적으로 낮아 학생들의 성적이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소외된 지역 학생들의 성적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열정을 가진 유능한 교사들이 도서벽지에 근무하기 때문이다.

만일 도서벽지 승진점수가 없어진다(무의미해진다)거나 승진제도가 없어진다면 어떤 다른 제도를 도입해야만 유능하고 열정적인 교사를 그 쪽으로 배치할 수 있을까? 하나의 방안은 처음부터 도서벽지 교사를 뽑는 것이다. 이 경우 필요한 인력을 확보는 할 수 있겠지만 이들의 사기와 열정은 빠른 속도로 저하되게 될 것이다. 미국 열악한 지역의 교사들이 지속적으로 더 나은 지역으로 옮겨가기 위해 애를 쓰듯이 이들도 그 곳을 뜨기 위해 상당한 기간 동안은 임용시험 준비에 매진하느라 학생 교육을 소홀히 하게 될 것이다.

한동안 학교에 대한 애착이 떨어진다는 논리로 순환근무제 폐지론이 확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서 살펴본 것처럼 순환근무 폐지는 교사 질과 사기 격차 심화로 인해 학교간 교육력 격차가 커지게 되고, 나아가 소외지역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도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또 다른 방안은 도서벽지 수당을 대폭 인상하는 것이다. 국가 예산의 한계로 도서벽지 수당 인상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젊은 교사들에게 물어보니 그러한 수당을 받지 않고 도시에 근무하는 것을 택하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승진만큼 내적·외적 동기 유발이 큰 제도는 찾기 어렵다. 승진이 아니라면 그 어떠한 유인으로도 유능한 교사가 학생 교육에 열정을 가지고 도서벽지에 근무하도록 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도서벽지 점수를 활용해 교육 기회균등과 높은 평균학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도서벽지 점수 폐지를 주장하는 가장 큰 논리 중의 하나는 도서벽지 근무와 교장의 역량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도서벽지 근무가 교장 지도성이나 역량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잘 아는 것처럼 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 중의 하나는 희생과 봉사이다. 도서벽지에 근무해 본적이 없는 사람들은 도서벽지 근무가 개인 차원에서 얼마나 큰 희생이고 봉사인지를 잘 모를 것이라는 것이 근무해본 선생님들의 이야기다. 현 장휘국 광주교육감도 도서벽지에 근무하던 시절이 얼마나 힘들었던가를 토로한 적이 있다. 토요일 오전까지 근무를 하던 시절, 주말에 집에 간다는 희망으로 들떠 있다가 갑작스런 풍랑 예보 때문에 낙담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집에 가는 대신 섬의 가장 높은 산에 올라가 집 쪽을 바라보며 소주를 벗삼아 하염없는 눈물을 흘려본 사람은 그 심정을 잘 알 것이라는 말을 했다. 그는 그 때의 경험이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밑거름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쩌면 그런 고생은 하기 싫지만 승진은 하고 싶은 사람들이 도서벽지 근무와 교장 역량 사이의 무관론을 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방에서 야전 대대장을 해야 장군 승진에 유리하듯이 도서벽지 근무를 해야 교장 승진에 유리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고 타당해 보인다.

도서벽지 승진 점수 폐지 주장의 또 다른 근거는 도서벽지 점수로 인해 역량이 부족한 무능한 교장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례가 없지는 않았겠지만 이는 승진제도 보완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최근에는 필요한 점수를 모두 확보하여 승진 대상자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교감 교장 자격 승진 후보자로 선정되기 전에 그동안 같이 근무했던 동료들을 대상으로 한 의견조사, 다양한 역량 평가 등을 통해 학교경영자가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는지를 심사하는 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승진점수라는 필요조건과 함께 학교경영자로서의 자질과 인품 등 충분조건을 갖추어야만 승진이 가능하게 한다면 그러한 문제는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오랫동안 가정에서 자녀 양육 책임을 주로 지고 있는 여교사들에게 도서벽지 점수는 승진의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그 결과 여교사 비율에 비해 여교장(감)의 비율이 너무 낮아 한동안 교육청 평가 지표에 여성행정가 비율을 포함시켜 그 비율을 높이도록 독려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여인천하(교사, 학교장과 교감, 행정실 직원 모두가 여성인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여성행정가의 비율이 늘어 더 이상 여성행정가 비율을 의도적으로 높이려는 시도는 하지 않고 있다. 이는 남녀공동육아 문화 확산, 여교사들의 승진 의욕 강화 등등이 함께 작용한 결과이다.

아직도 도서벽지 승진점수가 여교사에게 승진 장애물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이번 성폭력 사태로 인해 젊은 여교사의 부모나 여교사 스스로 도서벽지 근무를 더욱 꺼려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여성구직자의 45%가 취업에 도움이 된다면 군입대를 하겠다고 할 정도로 여성들의 의식도 변하고 있다(연합뉴스, 2016.05.25.). 이 문제는 여교사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 가족과 함께 생활하도록 지원하는 제도, 도서벽지에서의 육아 및 초등학생 자녀 양육 지원 등등의 제도 보안을 통해 극복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바람직하기로는 현재의 도서벽지 근무 여교사와 남교사를 대상으로 바람직한 제도 보완책을 제안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 5월 하순 전남의 먼 섬에서 학부모 대상 강연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섬마을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전남도교육청의 도서벽지 승진 점수 무력화 시도에 대해 큰 우려를 표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러한 가슴 아픈 사태를 접하고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해당 여교사의 용기 있는 행동이 잠재적 희생자를 줄이고, 나아가 보다 합리적인 교육제도가 만들어지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한다.

정책을 만들고 제도를 보완할 때 유념할 점은 해당 정책과 제도 변경이 다른 정책과 제도에 미칠 영향이다. 통합적인 안목에서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풍선효과로 인해 또다른 문제가 생기거나 기대한 효과 대신 부작용만 생기게 되기도 한다. 정책과 제도의 상호관련성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보다 합리적인 보완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해당 여교사와 가족 그리고 주위 모든 분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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