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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男, 술집 화장실서 女 용변장면 엿봤는데 ‘무죄’

30대男, 술집 화장실서 女 용변장면 엿봤는데 ‘무죄’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16-05-24 10:30
업데이트 2016-05-2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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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화장실이 아니라 술집 화장실이라는 이유로 여성의 용변 장면을 훔쳐본 30대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전주지법 형사2부는 24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성적목적 공공장소 침입) 혐의로 기소된 A(35)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술집 화장실은 공중화장실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회사원 A씨는 지난해 7월 6일 전북 전주시의 한 술집에서 화장실에 들어가는 B(26·여)씨를 따라 들어갔다. 그는 당시 자신의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B씨가 용변 보는 칸의 바로 옆 칸에서 칸막이 사이로 고개를 내밀어 B씨를 훔쳐보다가 들통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A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12조다. 이는 성적 욕망을 충족시킬 목적으로 공중화장실이나 목욕탕에 침입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법원은 1심에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데 이어 항소심에서도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해당 법률을 적용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화장실은 술집 밖에 있는 건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 설치돼 있고 이 술집 영업시간에 맞춰 개방, 폐쇄된다”면서 “화장실이 이 술집을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의 손님을 위해 제공되는 점을 종합하면 공중화장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공공장소인 ‘공중화장실’이 아니기 때문에 ‘성적 목적으로 공공장소에 침입하는 행위’의 범죄성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성이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더라도 그 장소가 술집 화장실같이 손님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곳이라면 성범죄로 처벌할 수 없는 셈이다.

A씨 측은 기소되자 이 점을 노렸다. A씨는 1심에서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술집 부근 실외화장실은 공중화장실이 아니다”라며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2심 재판부도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성적목적 공공장소 침입 법률의 적용을 받는 ‘공중화장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최근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이 세간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 판결이 ‘당사자가 수치심만 느껴도 성범죄에 해당하는’ 사회통념과 일반 시민들의 법감정에는 반한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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