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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 사건] ‘범죄 우려’ 기준 모호… 정신질환자 인권침해 논란

[강남역 살인 사건] ‘범죄 우려’ 기준 모호… 정신질환자 인권침해 논란

이성원 기자
입력 2016-05-23 23:14
업데이트 2016-05-2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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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본 ‘묻지마 살인 대책’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을 계기로 23일 경찰이 내놓은 대책의 초점은 범죄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추진이다. 우발적 ‘묻지마 범죄’를 막기 위한 공권력 차원의 불요불급한 조치라는 지적도 있으나 입원 대상자 선별의 모호함이나 기본권 침해 소지를 안고 있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상열 원광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3일 “정신질환자 가운데 어떤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고, 또 그렇지 않을지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신질환자의 범죄 위험도를 객관적으로 진단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일선 경찰관에게 배포한다고 밝혔지만 기준을 만드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도 겉모습으로 판별이 어렵고 경찰관이 현장에서 한순간에 몇 가지 항목을 검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 가능성이 우려되는 정신질환자를 발견하면 경찰은 해당 환자를 안전하게 조치하되 질환의 정도 등은 의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면서 “경찰은 정신질환자 추적을 하거나 범죄 예방 활동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인권침해 가능성을 지적하는 경우도 있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지미 사무차장은 “행정기관이 마음대로 판단해서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시키면 인신구속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며 “행정기관이 멋대로 판단해 강제입원시키는 것(인신구속)은 형사법 대원칙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제입원은 격리 효과만 있고 예방 효과가 없는 미봉책인 만큼 확대 도입을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달 1일부터 8월 말까지 3개월간 진행되는 여성 상대 범죄 특별치안활동에 대해서도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려면 경찰·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 등이 힘을 모아 ‘치안 복지’를 강화하는 등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6-05-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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