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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 다르고 속 다른 칸’…수상작 의외

‘겉 다르고 속 다른 칸’…수상작 의외

입력 2016-05-23 07:24
업데이트 2016-05-23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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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작 평가 작품에 ‘꽃다발’…최대 화제작은 외면

제69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단의 심사결과는 영화제 기간의 현장 분위기와 적지 않은 차이를 드러낸 선택이었다.

최악의 영화로 평가받은 작품들이 보란 듯이 주요 상을 받은 반면 수작으로 칭찬이 자자했던 영화는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기 때문이다.

이란, 필리핀 등 세계 영화계의 변방으로 간주되는 국가의 영화가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 노장의 관록을 보여준 켄 로치

이번의 황금종려상을 받은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수상에 이론의 여지가 없는 작품이다.

영화는 평생을 목수 일을 하다 건강 악화로 일을 못하게 된 다니엘 블레이크가 실업보험을 받으려고 애쓰는 과정을 그리며 영국의 관료주의와 복지제도의 맹점을 꼬집은 영화다.

사회적 문제의식을 드러내면서도 절차와 규정에 집착하는 영국 관료들의 행태를 코믹하게 그리고 하층민의 연대의식을 따뜻한 시선으로 표현해 적잖은 감동을 준다.

흔히 사회비판적인 영화가 빠질 수 있는 선동성에서 벗어나 드라마가 제대로 살아있는 영화다.

노동계층의 열악한 현실을 주목하며 이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데 앞장서 왔던 켄 로치가 자신의 주된 테마로 황금종려상을 받아 실력이 녹슬지 않음을 증명했다.

그는 올해로 80세의 고령으로, 한때 은퇴설이 돌기도 했다.

감독상은 받은 ‘바칼로레알’의 크리스티안 문주 역시 현장의 평가에 걸맞은 수상이라고 할 수 있다.

‘바칼로레알’은 딸을 외국의 대학에 보내는 것이 삶의 목적인 아버지가 딸이 졸업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게 하려고 부정한 방법도 서슴지 않은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세상과 타협할 수 있는 보편적인 부모의 모습과 한번 나쁜 짓에 발을 담갔다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르 필름 프랑세즈는 경쟁부문에 초청된 21편 중 가장 높은 점수인 3점을 줬고, 스크린 데일리도 상위권 점수대인 3.0점을 줬다.

◇ ‘단지, 세상의 끝’ 수상은 ‘거의 세상의 끝’?

크리스티안 문주와 감독상을 나눠가진 올리비에 아사야스는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유명인의 개인 쇼핑을 돕는 일을 하는, 파리에 사는 미국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퍼스널 쇼퍼’는 그의 전작과 달리 ‘범작’이라는 평가가 많다.

르 필름 프랑세즈는 자국 출신인 그의 영화에 0.9점이라는 최저 점수를 줘 그를 내치다시피 했다.

이날 감독상 공동 수상자로 그의 이름이 호명되자 폐막식 장소 옆에 마련된 기자실은 야유 소리로 들썩이기도 했다.

자비에 돌란이 연출한 ‘단지, 세상의 끝’의 심사위원대상 수상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단지, 세상의 끝’은 불치병에 걸려 가족을 떠나 전 세계를 떠돌던 작가가 12년 만에 집으로 돌아와 가족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의 영화는 그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영화제 기간 혹평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다.

스크린 데일리는 4점 만점에 1.4점, 르 필름 프랑세즈는 2.1점을 줬다.

돌란 감독은 칸이 ‘밀어주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가 불과 20세 때 만든 장편 데뷔작인 ‘아이 킬드 마이 마더’(2009)가 칸에 초청된 데 이어 ‘마미’(2014)는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26세의 나이로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선정됐던 그는 이번 영화제에서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의 주인공으로 한단계 도약했다.

이번 수상을 두고 일부 기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영화 제목(It‘s Only the End of the World)을 비틀어 “거의 세상의 끝이네(IT’S ALMOST THE END OF THE WORLD)”라거나 “오랫동안 칸의 최악의 결정이 될 것‘이라는 비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시상식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비에 돌란의 영화를 선택한 것에 대해 심사위원 중 한명은 ”우리는 모두 이 영화가 매우 감동적인 여정이고 매우 야심적인 영화라고 느꼈다“고 옹호했다.

이와 달리 칸의 화제작인 마렌 아데의 ’토니 에르트만‘이 어떤 상도 건지지 못해 의문이 제기된다.

스크린 데일리는 역대 최고 평점인 3.8점을, 르 필름 프랑세즈는 경쟁작 중 가장 높은 점수인 3.0점을 줬다.

영미권 중심의 스크린 데일리와 프랑스의 르 필름 프랑세즈의 평가가 종종 갈리는 점을 감안하면 ’토니 에르트만‘이 양쪽 모두로부터 최고 점수를 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폐막식 전날인 21일에는 국제비평가협회상(Fiprsci)을 받아 황금종려상 수상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2007·2009·2013·2014년 사례에서 보듯 이 상을 받은 작품이 황금종려상도 거머쥐어 서로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왔다.

조지 밀러 심사위원장은 ’토니 에르트만‘이 수상자 명단에서 누락된 것에 대해 ”21편의 영화가 경쟁하는데 상은 단지 8개뿐“이라며 ”그래서 아마도 수상했어야만 했다고 생각하는 여러 영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아시아 영화의 깜짝 강세

올해 칸은 아시아 영화가 선전을 펼친 한 해였다.

이란 출신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이 연출한 영화 ’세일즈맨‘이 각본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한 영화에 상을 몰아주지 않는 칸의 관례에 비췄을 때 이례적이다.

칸이 경쟁 부문 초청작을 발표할 당시에 그의 영화가 포함되지 않았다가 뒤늦게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점을 감안하면 특히 그렇다.

필리핀 브리얀테 멘도자 감독의 ’마 로사'가 여우주연상을 받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 자체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주인공 마 로사를 연기한 자클린 호세가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수상에 성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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