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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둥지/박홍환 논설위원

[길섶에서] 둥지/박홍환 논설위원

박홍환 기자
입력 2016-05-20 17:52
업데이트 2016-05-2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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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바람 쐬러 가끔 찾는 한강 수계의 한 수로에서 검둥오리 일가족이 부들밭 가운데에 보금자리를 짓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했다. 흔치 않은 기회여서 한 시간 가까이 관찰했다. 연두색 햇부들이 30㎝ 정도 높이로 성기게 솟고 있는 수로의 가장자리가 이들의 새 터전이다. 겨우내 삭아 내린 부들 줄기가 켜켜이 쌓여 한눈에도 꽤 단단해 보인다.

집짓기 재료는 삭은 부들 줄기다. 주둥이로 물고 툭툭 쳐 대며 딱 맞는 재료를 골라내는 모습이 영락없는 전문가다. 한 입 거들겠다며 새끼도 나섰지만 물장구치며 장난하기 바쁘다. 둥지는 시나브로 모양을 갖췄다. 얼키설키 엮었지만 빈틈은 보이지 않는다. 중국 베이징의 올림픽 주경기장 냐오차오(鳥巢)를 빼닮았다. 곧 무성해질 부들 줄기가 울타리가 돼 주리라.

한나절 꼬리를 물며 자맥질하다가도 오리 가족은 해가 지면 어김없이 합심의 둥지로 모여들 것이다. 때 되면 가정을 이뤄 함께 터전을 만들고, 그 보금자리에서 새 생명을 잉태하고 양육하는 것은 생명체 공통의 유전자다. 한 뼘 둥지는 고사하고, 연애조차 엄두를 못 내는 우리 젊은이들, 이러다 유전형질마저 바뀌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2016-05-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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