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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한국 영화산업의 두 가지 과제, 다양성과 글로벌화/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열린세상] 한국 영화산업의 두 가지 과제, 다양성과 글로벌화/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입력 2016-05-18 18:10
업데이트 2016-05-1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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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6년 들어와 천만 영화로 대표되는 국내 대작 영화들이 눈에 잘 띄지 않고 있다. 대신 ‘동주’나 ‘귀향’ 등 기존 영화와는 다른 다양한 영화들이 영화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진흥위원회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2015년도)에 따르면 한국 영화산업은 2015년 기준으로 2조 1000억원 이상의 매출에 관객수 2억명을 넘어섰다. 한국 영화시장의 성장은 232편에 이르는 국내 영화 제작 편수의 증가와 극장 및 부가시장 매출 증가의 결과다. 게다가 영화 콘텐츠 품질 제고 및 투자 규모 확대도 일조했다.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자체도 쇼핑이나 엔터테인먼트 공간과 통합된 멀티플렉스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극장은 영화를 관람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현대 시민들의 보편적 여가 소비 공간으로 변신했다. 게다가 케이블TV와 IPTV 등이 제공하는 VOD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극장 이외 영화 수요도 많이 늘어났다. 인터넷이 연결된 TV를 비롯해 PC, 태블릿, 스마트폰 등을 통해 영화 VOD 소비와 이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지난해 국내 영화의 해외 매출은 총 628억원으로 전체 영화산업 매출 규모의 3% 정도에 불과했다. 게다가 국내 영화 투자 수익률은 평균 -7.2%로 나타났다. 이는 외형적으로 성장한 국내 영화산업의 두 가지 취약점을 보여 준다.

첫째, 내수 시장과 달리 국내 영화 콘텐츠의 해외 경쟁력이 아직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영화의 해외 수출이 일부 국가에만 한정되거나 또는 수출된다 하더라도 수출액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영화의 해외 수출은 큰 비용 없이 판권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 더구나 해외 수출로 벌어들인 추가 매출은 다시 양질의 영화를 제작하는 비용으로 선순환 투자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영화 제작 수준을 글로벌 표준에 맞추거나 또는 매우 독창적인 방식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둘째, 국내 영화 투자 규모가 점차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그 수익률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 영화 수익성 대부분이 소수 흥행 영화 중심으로 집중돼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스타 배우와 감독 또는 대형 배급사에 의존하고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되는 몇몇 영화들이 국내 영화에서 생산되는 수익성의 대부분을 점유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들은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그 결과 단기적으로는 돈이 될 만한 기준에 부합되는 상업 영화들이 반복적으로 제작되는 패턴이 나타나며,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영화 제작의 토양이 획일화되거나 상업화하는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그래서 영화산업의 다양성은 중요하다. 다양한 영화 주제와 실험, 독창적인 접근으로 제작 가능한 다양성 영화들이 지속 가능한 영화산업의 허리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다양성 영화는 시장에서는 성공할 수 없는 시장 실패의 속성이 있다.

영화를 제작하면 제작할수록 수익성은 줄어들고 제작자나 감독 등의 추가 제작 의지는 감소한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책 지원이나 새로운 제작비 파이낸싱 방식들이 더 개발돼야 한다. 특히 영화 콘텐츠의 창의성이나 기술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동시에 다양성 영화에 투자될 수 있는 자본 투입을 원활히 할 수 있는 방식들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다양성 영화 또는 실험적·창의적 영화 콘텐츠 제작은 국내 영화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이나 확장과도 직접적으로 연계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흥행 대작 영화들이 해외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한 사례들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국가들에서 살펴볼 수 없었던 독특한 장르나 실험적 감독이 제작한 영화들이 해외에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영화 콘텐츠의 작품성이나 완성도에 바탕을 둔 다양성 영화를 통해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우리 영화산업도 다양성 영화와 해외 시장을 연계하는 정책을 준비할 시점이 된 것 같다.
2016-05-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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