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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반지의 제왕을 만들려면

한국판 반지의 제왕을 만들려면

박현갑 기자
박현갑 기자
입력 2016-05-18 16:08
업데이트 2016-05-1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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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G기업 3인에게 묻다

정부가 밝힌 글로벌 CG(Computer Graphics) 산업 육성방침을 계기로 국내 CG산업계가 갖고 있는 글로벌 전략방안을 이번에 지원을 받게 된 3개 CG업체 관계자의 인터뷰를 통해 정리한다. 인터뷰는 전화 인터뷰와 이메일을 통한 서면 인터뷰로 17~18일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디지털아이디어의 박영신 대표, 매크로그래프의 한태정 이사, 덱스터의 서형찬PD가 각각 응했다.

지원을 받게된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다.

박영신 디지털아이디어 대표
박영신 디지털아이디어 대표
디지털아이디어의 박영신 대표: 우리는 업력 20년이 넘는 국내 최대의 CG 기업이다. 이번에 정부에서 지원하는 글로벌 CG 선도기업으로 선정된 것은 그 동안의 사업성과, 기술개발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회사 성장방향에 대한 긍정적 평가의 결과인 것으로 생각하며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현재 국내 최대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서 제작 완료한 장편 애니메이션 Almost Heroes 의 국내 및 중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Almost Heroes 는 최근 북미에서는 BLING 타이틀로 배급 중인 작품이다. 우리는 앞으로 단순한 영화 후반업체에서 벗어나 영화 및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 VFX, commercial CG, VR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중국 등 글로벌 시장 본격진출을 통해 종합 디지털 콘텐트 스튜디오로 발전할 계획이다.

덱스터의 서형찬PD
덱스터의 서형찬PD
덱스터의 서형찬PD : 중국 영화 수주확대에 이어 궁긍적으로는 미국 헐리우드와 일본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일본에는 공동제작 방식으로 작품을 하기로 한 게 있다.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곤란하다. 미국도 매년 논의 중이나 그쪽이 아시아는 싼 노동력으로 부릴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해 기초 작업 분야를 맡기려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진출하고 싶다. 최소한 B급 영화라도 진출할 계획이다.

매크로그래프의 한태정 이사 : 회사의 기술력에 대한 현재 평가 가치와 미래시장 개척 등 사업계획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하는 지원사업이고, 지원신청을 한 회사들도 많았던 만큼 열심히 평가를 준비한 보람이 크고, 현재 기술력의 발전을 위한 미래계획에 더욱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기존에 이런 지원책이 없었나?

박 대표 : 정부는 지난해까지 CG 산업 육성을 위하여 CG 지원사업으로 국내외 영화 VFX제작시 CG 제작비의 15 ~ 25% 수준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하였다. 국내 영화에서 후반작업에 차지하는 예산 비중은 매우 열악하다. 할리우드 영화의 경우 CG 예산 비중이 최소 총 제작비의 30% 에서 최대 70% (아바타의 경우) 이르는 반면에 국내는 5% ~ 1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국내 CG 업계의 현실은 매우 열악하였으며 저 수익성 사업으로 기술력의 보존이 쉽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정부의 CG 지원사업을 통한 예산 지원은 국내 CG 기업의 기술력을 유지 발전시키고, 현재와 같은 중국 영화시장의 호황에 적극적으로 대응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CG 기술은 영화뿐이 아니라 모든 영상매체에 필수적인 기술로 앞으로 VR 등 새로운 영상 기술에 본격적으로 활용활 수 있는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기술의 유지 발전을 도모했던 정부의 지원사업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영화 제작사 특히 중국시장에서 정부의 프로젝트 지원방식의 CG 지원사업만큼 수주금액을 낮추어 달라는 요구가 많았으며 결과적으로 정부의 지원이 CG 기업이 아닌 영화 제작사에 지원하는 모순적 결과가 나타나게 되었다. 따라서 올해와 같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CG 기업을 선정하여 CG 기업의 제작역량을 강화하여 지원하는 방식이 오히려 장기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

서 PD : 올해 처음이다. 그동안 프로젝트별 지원은 있었으나 업체들이 불평 불만이 있었다. 특정 영화를 지원하면 제작자들이 지원규모를 줄이는 악용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선도기업 지원사업으로 바꿨다.

한 이사 : 비슷한 형태의 지원이 시장변화에 맞춰 진화되어, 프로젝트 기반으로가 아닌, 회사의 시스템과 계획을 기반으로 지원을 하는 구조로 바뀐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지원규모에 대한 질의이다. 여기 찔끔, 저기 찔끔 학생들 연구비 지원하듯 해놓고 기대하는 것은 해외에서 수십년간 수천에서 수조원을 투자해 쌓아온 기술력을 원한다는 비판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박 대표 : 지원을 받는 입장에서 솔직히 말씀 드려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렇지만 정부의 지원에만 기대어 기업을 육성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회사의 인적, 물적 제작역량을 강화하고 사업을 다양화하여 수익사업을 개발하여 적극적 시장진출을 통해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나가야 할 것이다. 그 동안의 정부 지원사업과 이번에 선도기업 지원이 비록 규모에서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 발전시키는데 크게 기여한 측면이 많으며, 앞으로도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CG 기업으로 발전시키는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서 PD : 업체입장에서 보자면 항상 모자란다. 하지만 한 기업이 3년간 24억원이면 적은 돈은 아니다.

한 이사 : 지원규모로 얘기하자면, 해외시장 규모 대비 지원의 기준이나 방법을 정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그리고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실제로 학생들 연구비 수준의 지원규모, 형태는 아니기도 하다. 해외에서 수십년간, 수천 수조원의 투자도 나라에서 한 것은 아니고, 시장을 기반으로 발전해온 것을 감안하면, 지금 우리의 기회를 어떻게 대처해 나가고,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가 중요한 것 같다. 충분히 여유롭고 국내에서 잘 성장한 다른 산업의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크게 실패한 이유들을 잘 분석하고 준비하는 것이 또한 중요하지 않나 싶다. 국내시장의 한계는 ‘글로벌 시장’ 으로 기회 잡아야 할 것 같다.

이런 CG지원 보다 스토리텔링에 투자하는 것이 진정한 고부가가치 산업육성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박 대표 :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CG 기술은 영상 콘테츠 산업에서 필수적인 핵심기술이다. 그동안 열악한 CG 제작현실에서 현재와 같은 수준의 CG 기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CG 업계에 종사하는 임직원들의 이 분야에 대한 애착에 힘입은 바가 크며,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동안의 정부의 산업 CG 산업 지원책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 영상 콘텐트의 스토리 등 제작기반의 지원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지만 급격하게 발전하는 기술 발전 추세에 맞추어 CG 등 핵심기술 유지는 필수적이며, 이를 간과할 경우, 자칫 제작의 해외의존도를 심화할 뿐이다. 영화 해운대, 설국열차 등은 할리우드 CG 기술에 의존하여 제작한 영화이나 이후의 대작 영화는 국내 CG 기업이 담당하였으며, 중국과는 2~3년의 기술 격차가 있다고 평가하는 국내 CG 기술력의 유지 발전은 콘텐트 산업 발전에 필수적이다.

서 PD : 저희는 스튜디오 시스템로 되어 있다. 디지털 본부와 컨텐츠 본부가 따로 있다.

한 이사 : 스토리텔링은 기술과는 다른 분야로, 이미 제작지원이나 시나리로 공모 형태의 지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질문의 의도처럼 고급기술을 활용할만한 스토리텔링에 지원하기에는, 시장 대비 현실적인 한계가 많다. 그리고 진정한 산업육성은 스토리텔링뿐만 아니라 기술, 마케팅, 환경 등 많은 부분에서 종합적으로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국내 CG산업 실상이 궁금하다. 인력들이 싼값에 무한대 근무시간으로 부려먹어 다들 떠나고 있다는 비아냥이 있던데.

박 대표 : 국내 CG 기업은 크게 영화 VFX 를 중심으로 하는 중대형 스튜디오, 소규모 예산의 영화, 드라마와 광고에 필요한 CG 를 제작하는 소규모 스튜디오, 중대형 CG 기업으로부터 외주를 시행하는 개인 형 스튜디오 (프리랜서 포함) 으로 구분 할 수 있다. 2010년 이전에는 질문한 것과 같이 저 임금, 무한대 근무시간 등 영화업계에 많았던 열정페이 수준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국내 영화 예산에서 차지하는 VFX 예산의 비중이 작은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었던 것 같다. CG 기업의 주요 고객이 영화VFX인 측면에서 영화산업의 후반 작업을 담당하는 종속적 부분에서 열악한 제작현실은 직원뿐이 아니라 회사를 경영하는 경영자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국내외에서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되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기획되고, 특히 중국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으로 CG 수주 금액이 현실화 되었으며, 이에 따라 임금도 많이 올라가고 있다. 최근에는 헐리우드 등 해외에 진출한 국내 CG 인력이 국내 유입도 시작되고 있다.

서 PD : 경영진, 중간 간부, 실무제작진 등 각각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5~6년 전에 비해 좋아졌으나 중소기업보다는 못한 것은 아니다.

이사 : 실상은 열악한 만큼 질문내용과 같은 지적을 많이 받고 있고,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일선의 실무진들의 고통은 매우 큰 편이다. 업체간의 가격 경쟁을 줄이고, 계약서 양식을 바로잡아가면서 클라이언트들의 의식도 개선되고 있다.

물질적 지원도 좋지만 CG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규제 해소가 필요하다면 어떤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보나.

박 대표 : CG 부분에 대한 규제는 특별히 인식되는 것은 없다. 영화 등 컨텐츠 산업은 종합예술이다. 기획단계에서 제작까지 모든 분야에서 창의성이 강조되어야 하고, 첨단 영상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간의 상상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CG 기술은 그 중에서도 핵심이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지원 부탁드린다.

서 PD : 우리나라에서 반지의 제왕과 같은 영화가 나오려면 몇 가지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고 본다. 개인적 의견으로 한국에서 이런 영화가 나오기 위해서는 첫번째가 한 두번 실패를 이유로 고 예산 블록버스터 영화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려는 영화시장 및 투자시장의 성급함을 없애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해외에서 VFX기업 활성화를 위해서 자국회사를 위해 세제혜택을 주는 것 같은 지원을 우리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캐나다의 경우, 캐나다 국내에서 제작되는 영화에 대해서는 각종 세제혜택이 발달되어 있다. 이 때문에 같은 기술력을 가진 CG업체들이 입찰할 경우, 우리 업체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마지막으로 해외진출이 유력한 업체들에 대해서는 국가가 전폭적 지원을 함으로써 해외 대규모 VFX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지원이 되서 각각의 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면 헐리웃 및 유럽영화들에 대한 수주도 쉽게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한 이사 : 규제 해소가 필요한 것인지 보다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을 모으고, 여러 아이디어를 잘 조합해서 장기, 단기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디어마다 장점, 단점의 양면을 갖고 있다. 세금, 해외기술도입, 장기적인 기술개발지원 등이 있겠지만 경영, 법률적인 전문가는 아니다 보니 개인적인 견해차원의 아이디어는 한계가 많다고 본다.

박현갑 기자 eagledu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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