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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생인손/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길섶에서] 생인손/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김성호 기자
입력 2016-05-17 18:10
업데이트 2016-05-1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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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욱신욱신 쑤신다. 안 하던 짓을 한 탓인가. 모처럼 선심 쓴 봉사(?)의 후유증이 이렇게 크다. 똑같이 앉아 다듬었는데, 왜 유독 나만 아픈 걸까.

지난 일요일 멸치 다듬기가 화근이다. 혼자 앉아 굵은 멸치 대가리며 똥을 발라내는 아내의 모습이 왠지 측은해 보였는데. 거들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 동참하고 말았다. 평소 대수롭지 않게 봐 왔는데, 그 일이 그리 간단치 않다. 자꾸 손가락을 찌르는 가시가 영 성가신 게 아니다. 30분쯤을 다듬었는데 온 손이 가시투성이다. 멸치를 다듬는 건지, 가시를 뽑는 건지….

서툰 손짓을 흘금흘금 쳐다보던 아내가 기어이 한 말을 건넨다. “평소 그런 일을 해 봤어야….” 콕콕 찌르는 멸치 가시보다 아내의 외마디 핀잔이 더 아프다. 그러고 보니 그놈의 멸치는 아내의 손과는 아주 친한가 보다. 단 한 번도 가시 찔렸다는 소릴 못 들었으니. 멸치도 사람을 가리는가….

손가락이 심상치 않다. 두 손가락 끝이 노랗게 곪아 가는 게. 생인손이라도 앓게 되려나. ‘서툰 봉사’의 끝치곤 너무 아픈데.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 피어나는 알 수 없는 조금의 흡족함. 뭘까.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2016-05-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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