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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생채기 돋우는 ‘팃 포 탯’/송한수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생채기 돋우는 ‘팃 포 탯’/송한수 정책뉴스부 차장

송한수 기자
송한수 기자
입력 2016-05-16 17:58
업데이트 2016-05-1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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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를 물고 다리를 건너던 강아지가 씻을 수 없는 낭패를 맛봤다. 불어난 물속에 다른 강아지가 팔딱이는 물고기를 물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탐났던 모양이다. 그래서 컹컹 짖었다. 물론 제 물고기만 놓치고 말았다.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원통하게도 먹이를 고스란히 뺏긴 강아지는 애꿎은 달만 겨냥해 엉엉 울어 댈지 모른다. 하필 비를 흩뿌린 궂은 날씨를 탓하면서 말이다.

# 왜 언론은 공무원만 꼬집는가.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렇게 답한다. 중요한 일을 한다는 뜻이니 자부심을 갖고 일하라. 한 고위 공직자는 “열심히 할 테니 좋은 보도를 바란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엊그제 인터뷰 좋았다”는 인사를 받은 터였다. 그는 “하도 매체에 표출돼야 한다기에”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내겐 “공직사회가 언론을 적대시하나”라는 생각을 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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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한수 부국장 겸 사회2부장
송한수 부국장 겸 사회2부장
지방세제 개편을 둘러싼 싸움이 뜨겁다. 정책을 총괄하는 행정자치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무대의 주인공이다. 반발하는 이유는 오히려 지방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데 있다. 어서 단행하라는 주문도 적잖다. 반대로 농어촌 지역이다. 전자는 지방재정 균형을 깬다고 하니, 현재를 공정하다고 판단하는 셈이다. 그러나 다른 쪽에선 애당초 불균형한 판을 깨는 게 맞다는 논리다. 아무튼 둘 모두 옳을 순 없는 일이다.

문제는 서로를 넘어뜨릴 상대로만 본다는 것이다. 실제와 달리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꼴이다. 이긴 쪽이 모든 것을 갖는 ‘승자 독식’의 경기로 여긴다는 게다. 그런데 심판(행자부)은 “이미 심각한 재정 불균형을 바로잡으려 하지만 많이 가진 쪽(지자체)에서 나누지 않으려 한다”고 밝힌다.

앞서 얘기한 정부 고위 관료와의 대화에서처럼 공직자들 편을 들어 주거나, 지자체 사이에 편을 갈라놓을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공존공생(共存共生) 대신 공도동망(共倒同亡)을 결의하지 않은 바에야 취할 태도가 아닌 탓이다.

새삼 ‘팃 포 탯’(Tit for tat)을 떠올릴 만하다. 한마디로 ‘맞불 작전’을 가리킨다. 상대방이 협력하면 협력하고, 만약 배신하면 본때를 보여 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이다. 하지만 함정이 숨었다. 밑바탕엔 불신이 깔렸다는 게 전제다. 불신을 걷어 내는 덴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신뢰를 전제로 삼지 않는다면 협력도 가짜라는 사실은 코흘리개도 알아차릴 법하다. 영원히 만나지 않아도 될 사이가 아니라면 다시 관계부터 설정해야 한다. 나라와 나라끼리도 다르지 않다. 비단 사회에서 중책을 짊어진 고위 공무원이 아니라 물고기와 강아지 얘기로 돌아가 보면 더더욱 그렇다.

이런 것이야말로 애당초 불거지지 않아야 할 ‘국론 분열’에 속한다. 이제 갓 성년을 넘긴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를 위해 어떤 길을 밟아야 하느냐 하는 문제를 따지는 게 순서이기 때문이다. 누구 말마따나 좀 서툴다고 아이(지방자치)를 없앨 순 없는 노릇이 아닌가. 무릇 다독여 잘 자라도록 해야 한다. 지방재정은 지방자치제 발전을 가름한다고 전문가들은 외친다. 지방자치의 발전은 바로 나라의 발전과 맞닿았다. 정부와 지자체, 지자체와 지자체는 다신 만나지 않아도 좋다거나, 서로를 없애려고 애쓸 관계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영원히 악수해야 할 사이다. 정치권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내일이면 늦다.

onekor@seoul.co.kr
2016-05-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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