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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일본을 본보기로 삼자/이종락 산업부장

[데스크 시각] 일본을 본보기로 삼자/이종락 산업부장

이종락 기자
입력 2016-05-12 18:00
업데이트 2016-05-1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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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도쿄 특파원으로 재직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일본 경제는 고난의 시기를 겪었다. 엔고로 인해 철강, 조선, 해운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펼친 한국 기업과의 수주전에서 연전연패하며 고배를 마셨다. 더욱이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져 일본 경제는 거의 아사 직전에 이르렀다.

이종락 논설위원
이종락 논설위원
그런데 2016년 5월 지금은 어떤가. 일본의 철강, 조선, 해운업계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친 뒤 중국의 저가 수주 공세에도 견실하게 버티고 있다. 반면 우리 업계는 그동안 차일피일 미루던 부실 기업 구조조정이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고, 해운·조선업의 구조조정이 중심에 있다.

왜 이런 역전 현상이 벌어졌을까. 먼저 양국 간 기업 문화를 지적하고 싶다. 일본의 기업 풍토는 매사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착실히 대비한다. 반면 국내 업계는 업종을 불문하고 매우 근시안적이고 단기적 관점에서 경영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1950년 이후 세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해 온 일본의 조선산업은 한국과 중국에 크게 뒤지자 불황 극복과 생존을 위해 두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가격경쟁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트남 등 신흥국으로 진출했다. 에코십과 같은 경쟁력 있는 친환경 선박을 개발, 공급함으로써 선박 수요를 흡수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2012년 4~9월 조선부문이 적자로 전환하는 등 경영 상태가 악화됐다. 수주량의 최고점이었던 2006년 대비 3분의1 정도 가동률이 저하됐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인도의 대기업과 기술 제휴를 맺고 해외 진출을 가속화했다. IHI 자회사인 IHIMU와 유니버설조선도 생존을 위해 합병했다.

과거 일본은 전 세계 조강 생산량 1위를 자랑하던 철강 왕국이었다. 1970년부터 1997년까지 무려 28년간 조강 생산량 세계 1위에 올랐던 일본의 철강 산업은 2000년대 들며 침체의 길을 걸었다. 2006년 룩셈부르크의 철강회사 아르셀로와 인도의 철강회사 미탈이 합병한 아르셀로미탈의 등장과 함께 1위 자리를 내준 신일본제철은 2010년에는 6위까지 추락했다. 부활의 서막을 연 것은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의 합병이었다. 신일본제철은 2012년 10월 일본 내 3위 기업인 스미토모금속과 합병한 후 ‘신일철주금’으로 재탄생했다. 신일철주금은 합병 이후 중복된 사업부터 정리했다. 하치만(구 신일본)·고쿠라(구 스미모토)·와카야마(구 스미토모)·기미쓰(구 신일본)·도쿄제조소(구 신일본) 등 주요 제철소의 통합 작업에 나섰다. ‘고로 폐쇄’라는 극단적 방법까지 동원하는 과감한 결단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였다. 이후 신일철주금은 2014년과 2015년 연간 조강 생산량이 각각 4930만, 4490만톤을 기록해 세계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일본의 석유화학 업계도 2013년 제정된 ‘산업경쟁력강화법’에 따라 가동중단과 설비축소, 사업철수 등 구조조정을 해 왔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북미의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한 저렴한 화학제품의 아시아 시장 대량유입이 시작되는 2018년부터 된서리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일본처럼 정상 기업이 부실 기업의 사업부문 중 살릴 수 있는 부문을 인수하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동해야 하는 근로자들을 위한 지원책도 서둘러 준비해 이들 산업이 또다시 일본을 압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jrlee@seoul.co.kr
2016-05-1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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